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놓고 대형 할인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데다 소비자들의 거부반응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해 판단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야 하겠지만 ‘광우병 괴담’ 까지 나도는 마당에 섣불리 판매 재개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당분간은 정치권 움직임과 소비자 동향을 주시하면서 눈치보기를 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축산단체로부터 분뇨 투척을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면서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처음 실시했던 롯데마트는 올해는 “(판매 재개에 대해) 내부적으로 어떤 내용도 확정된 것은 없다. 여론을 감안해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판매 물량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였기에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고 매출 실적도 좋았지만, 새로 들여오는 물량은 수입 조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입장 정리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롯데에 내준 미국산 쇠고기 판매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올해 적극적 판매에 나설 방침이었지만 최근 수입조건이 바뀌고 광우병 논란이 불거지면서 ‘심사숙고중’으로 돌아섰다. 한 관계자는 “시중에 미국산 쇠고기 관련 루머가 넘쳐나면서 우리가 판매한다고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이마트가 그런 걸 파느냐?’는 식의 항의성 문의 전화가 오는 등 여론이 좋지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도 “농수산식품부의 정식 확정고시가 나서 물량이나 가격에 대해 대체적인 윤곽이 나올 때까지는 일단 관망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는 팔면 돈이 되는 상품이라 할인점마다 욕심을 안 낼 수는 없는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올해는 수입조건이 완화되면서 광우병 우려가 커진 만큼 타 할인점과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천천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최근 ‘광우병 괴담’이 쇠고기 소비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에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광우병 논란이 본격화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쇠고기 매출은 전 주 대비 10% 정도 빠졌다. 이마트는 주말인 3,4일 전년 동기 대비 6% 정도 줄었다. 4,5월이 나들이객이 많아지면서 돼지고기 소비는 늘고 쇠고기 소비는 줄어드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는 아닐지라도 전조가 될 수는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때는 오히려 쇠고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우와 호주산 매출이 소폭 신장하는 등 시장 파이를 키웠지만, 이번 광우병 논란은 미국산을 넘어 쇠고기 전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퍼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할인점과 달리 고급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는 백화점들은 식육매장을 고급 한우중심으로 구성, 이번 광우병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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