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에어 지음ㆍ유정화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488쪽ㆍ1만3,500원
“니콜로 마키아벨리도 비트겐슈타인처럼 소크라테스의 팬이 절대로 아니었다. 소크라테스에게 말을 거는 건 한없이 성가신 일이었다.…(중략)…그럼에도 마키아벨리는 비트겐슈타인이 이데아 월드의 통치자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훨씬 더 불쾌해졌다.”(303쪽)
대철학자들은 하늘나라(이데아 월드)가 몹시 따분했다. 특히 2,000여년 동안 이어져 온 소크라테스의 통치 스타일에 신물이 난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그 곳의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내기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사유의 대왕들이 치고 받는 장면은 용어만 바꾼다면 저자거리와 별로 다를 게 없다. 비트겐슈타인이 쏘아붙인다. “나의 천재적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해 설명서까지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나요?” 그 말에 소크라테스는 콧방귀를 뀐다. “내 사상을 당신에게 밝히는 일은 돼지 앞에 진주를 던지는 격이 될테지요.”
인간 혐오주의자 비트겐슈타인, 상담 전문가 마키아벨리, 스포츠 카를 타고 카페에 나타난 아리스토텔레스, 베드민턴에 빠진 니체 등은 싸움판의 감초들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보다 더 흥미로운 토크쇼가 그렇게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기실 이들의 싸움 도구는 현상과 실재, 존재와 인식, 마음과 물질, 자아동일성, 윤리적 딜레마, 언어와 개념, 도덕의 보편성과 상대성, 자유론과 결정론 등 고전적 철학 개념이다. 책속의 갑론을박은 상식에 허덕대 온 사유의 힘을 재발견하게 한다.
저자 루시 에어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정치학, 철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아카데미 철학과 실용 철학 사이에 가교를 놓겠다는 꿈을 실천하고 있다. 이 책의 그녀의 첫 작품.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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