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집채 만한 파도가 한 순간 휩쓸고 간 충청남도 보령 앞바다는 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변했다.
4일 낮 12시41분께 보령시 남포면 죽도내 선착장과 대천해수욕장 동쪽 끝부분 갯바위에 4~5m가 넘는 파도가 순식간에 몰아닥쳐 낚시객과 관광객 등 49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8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으며 27명은 구조됐으나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실종자 대부분이 바다로 휩쓸려 간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가 부상자 중 일부도 매우 위험한 상태여서 사망자 수는 2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고순간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순식간에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여명의 관광객이 한꺼번에 실종된 죽도 선착장 사무실에서 사고를 목격한 장모(52)씨는 "바람도 없고 파도도 잔잔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트 비행기나 대형 선반 엔진의 굉음 같은 '윙윙'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집채만한 파도가 죽도 주변을 휩쓸었으며, 깜짝 놀라 사무실에서 나와 보니 선착장과 방파제에 몰려 있던 관광객들이 모두 바다로 휩쓸려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갯바위에서 사고를 목격한 김모(42)씨도 "바닷물이 썰물처럼 한꺼번에 빠졌다가 순식간에 4m가 넘는 파도가 일시에 밀려들었으며, 갯바위에 있던 낚시꾼과 관광객이 무방비 상태로 바다에 빠졌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대전기상청은 사고 당시 보령 앞바다에는 평소보다 높은 파도가 일기는 했지만, 해일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으며 당연히 해일주의보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조ㆍ수색
태안해양경찰서는 경비정 21척과 순찰정 3척, 민간 구조선 7척 등을 동원해 사고 즉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워낙 파도가 거세게 몰려온 탓인지 쉽게 실종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사고 현장 부근 바다에서 이날 밤 늦게까지 8명의 시신만 찾아냈을 뿐 나머지 15명의 생사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태안해경은 시신과 부상자를 보령 아산병원으로 옮겼는데, 부상자 가운데 2명은 매우 위중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이 진행될수록 사망자 숫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현장
인명 사고가 난 죽도는 원래는 섬이었으나, 보령시 남포면과 대천해수욕장을 잇는 남포방파제가 생기면서 육지로 연결됐다. 방파제에 만들어진 해안도로의 절경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해 대천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꼭 찾는 곳이다. 사고 순간에도 바닷가에서 참변을 당한 30여명을 포함해 수 백여명의 관광객이 이 곳에 몰려 있었다.
10여명의 낚시꾼이 희생당한 갯바위도 이 일대 명소다. 부근에 군부대가 있어 지나는 어선이 없고 대천해수욕장과 달리 한적해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때문에 전문 낚시꾼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낚시도구만 있으면 물고기를 낚을 수 있어,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피서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보령=이준호 기자 junhol@hk.co.kr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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