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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 박경리씨… "삶 자체가 문학의 길… 이제 물을 곳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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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 박경리씨… "삶 자체가 문학의 길… 이제 물을 곳을 잃었다"

입력
2008.05.0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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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씨의 임종은 딸 김영주씨, 사위 김지하 시인과 두 외손자 등 가족을 비롯해 소설가 박완서씨, 최일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최유찬 연세대 교수, 문학평론가 김병익씨, 이상남 정보문화사 사장 등 지인들이 모여 지켰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완서씨는 “선생님은 유가족과 문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운명하셨다”고 박씨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날 밤 늦게까지 문인들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조문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선생은 평생 문학에 몰두하면서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 이후 한국 대하소설의 전통을 이어간 독보적 존재였다”며 “ <토지> 집필 이후 나머지 세월도 토지문화관을 통해 후배 문인 양성에 헌신하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소설가 박범신씨도 “삶 자체가 문학이었다는 점에서 작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신 분”이라며 애도했다.

생전에 고인과 가깝게 교유했던 정현기 전 연세대 교수는 “어려운 문제가 있을 적에 찾아뵐 때마다 분명한 답을 주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한결같이 고고한 정신과 모습을 잃지 않으셨다”며 “이제 답을 물어볼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답답함이 가득할 뿐”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도 빈소를 지켰다. 최 대표는 고인이 1993년 환경운동연합 출범 당시 공동대표를 수락했던 때를 회고하며 “그 때 선생은 ‘태어나서 직책이란 걸 맡은 적이 없지만 이것만은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원주에 사시면서 기후 변화를 늘 걱정하실 정도로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셨다”고 돌이켰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오후 8시 45분께 빈소를 찾아 “생전에 선생의 작품을 좋아하셨던 선친(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원주를 찾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씨가 지난 3월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 3편을 게재했던 월간 ‘현대문학’의 양숙진 주간은 “선생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고 이 시들을 받으면서 미발표 시가 몇십편 더 있다는 말씀도 들었다”고 말했다.

오후 9시 40분께 빈소를 찾은 소설가 황석영씨는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돌아가시다니 애통하다. 선생은 생전에 후배들에게 직접 반찬을 만들어 주시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이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황씨는 “한국 문단에서 큰 기둥 하나가 사라진 것 같아 비통한 느낌 금할 수 없지만 후배들이 부단한 노력으로 선생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할 일이 더 많은 분이었는데 애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환경과 생명에 대한 엄청난 사랑을 문학과 삶에서 녹여낸 선생은 앞으로도 국민의 사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한승수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 김한중 연세대 총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드라마 ‘토지’에서 최서희 역을 맡았던 탤런트 최수지씨 등도 화환을 보내왔다.

토지문화관이 있는 강원 원주시 토지문학공원 내 박씨의 옛 자택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지난달 26일부터 이곳에서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열어 박씨의 쾌유를 빌어온 원주시민들은 "한국의 문학계는 물론 지역으로서도 큰 손실"이라며 추모의 발길을 이어갔다.

고인의 고향인 통영에서도 6일 강구안 문화마당에 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이며, <토지> 의 무대가 된 경남 하동군 ‘평사리 문학관’에도 5일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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