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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조중동의 자학(自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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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조중동의 자학(自虐)

입력
2008.05.0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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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전 날 자동차 정비소에 들렀을 때 난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자동차 앞창에 붙어 있는 ‘보도’ 스티커를 본 정비공은 대뜸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 기자요? 당신 신문사는 뭘 줘요?’ 이런 어이 없는 질문에 난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이 자동차 정비공은 내가 무슨 신문사에 근무하는지 또 어떤 내용의 기사를 쓰는지에 관해선 추호의 관심도 없이 우리 신문사는 어떤 경품을 주는지만을 알고 싶어했다. ‘신문사가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게 신문 외에 뭐가 있느냐’는 나의 퉁명스런 대답에 그는 아주 놀란 기색을 보였다. 신문사가 줄 수 있는 것은 신문뿐이라는 나의 말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반박하는 정비공에게 난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 신문고시 저주 이유 알 만해

신문들 간의 경품전쟁이 치열한 터키의 어느 언론인이 신문사들에게 호소한 글의 일부다. 신문이 언론이 아니라 경품 제공사로 전락해도 좋은지, 과연 그것이 신문들 모두에게 이익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똑같은 심정으로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에게 호소하고 싶다. 비난이 아니라 호소다. 모든 산업 분야가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수렴되는 상황에서 행여 영원한 ‘넘버 3’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경품을 규제하는 신문고시가 얼마나 밉겠는가. 이미 조중동 지국의 대부분이 신문고시를 위반하고 있지만, 좀더 자유롭게 경품전쟁을 벌이고 싶어 신문고시를 비난하고 저주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그러나 모두 잘 알겠지만, 조중동 중 어느 한 곳도 쉽게 쓰러질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신문사가 아니다. 다 나름대로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 든든한 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다. 조중동 혈투의 와중에 다른 신문들이 쓰러져 그걸 전리품으로 챙기면 해볼 만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쉽게 목숨을 헌납할 신문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경품전쟁으로 인한 출혈을 돌아보기 바란다. 세상에 이런 미련한 자해(自害)와 자학(自虐)이 없다. 그 자해와 자학은 단지 단기적 경제 손실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가장 무섭고 두려운 건 신문의 신뢰도에 가해지는 타격이다. 신문은 신뢰로 먹고 사는 ‘신뢰 산업’이 아닌가.

경품전쟁으로 끌어 모은 독자의 머리 수를 신뢰도로 착각하는 건 재앙이다. 조중동 사주들이 아래 사람들 말만 듣지 말고 직접 거리의 사람들을 만나 신문 이미지를 알아 보시기 바란다. 터키 신문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다. 시골 장터의 약장수 이미지에도 미치질 못한다.

신문ㆍ방송 교차소유 허용을 주장할 때엔 기술 발전과 세계적 추세를 거론하면서 최첨단의 ‘탈근대 이미지’를 풍기는 조중동이 어쩌자고 독자 유치에 관한 한 곰팡이 냄새 나는 ‘전근대 수법’을 고수하는가? 신문ㆍ방송 교차소유 허용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신문 신뢰도라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가?

조중동이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신문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도 있다. 예컨대, 각개약진 식 출혈경쟁을 하지 말고 신문협회 차원에서 품위있게 ‘신문 구독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잖은가. 국민적 신뢰도를 바탕으로 신문·방송 교차소유 허용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으로 클 수도 있다. 경품전쟁에 목숨을 걸 게 아니라 그렇게 멀리 내다보고 좀더 큰 야심과 비전을 가질 순 없겠는가?

■ 신문산업 키우는 자세부터

조중동이 평소 잘 지적하는 것처럼, 이 나라의 엘리트 리더십 문제가 심각하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책임의식만이라도 가져달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뜻이다. 이건 평소 조중동이 늘 사회를 향해 외쳐온 주장이기도 하다. 한국 신문계의 리더다운 리더가 돼주길 호소한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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