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춘추관에서 일하던 50대 청소원 아주머니가 1일 눈물을 흘렸다. 대기발령 통보에 따라 청와대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 아주머니는 “정든 곳 떠나니 눈물부터 난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5년간 청와대 춘추관에서만 청소와 화단 정리 등 잡일을 도맡아 왔다. 이 아주머니처럼 이날자로 대기발령된 청와대 식구는 60여명. 주로 청소, 식당, 운전 등을 담당하는 하위 기능직이다. 물론 이들은 공무원 신분이기에 당장 파면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별 시차는 있겠지만 일정 기간 내 다른 부처로의 임용은 가능하다.
하지만 요직도 아니고, 청소 등 잡일을 하는 말단 직원들마저 정권교체에 따라 우수수 교체하겠다는 방침이 마뜩찮다. 고위직의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의를 표명, 신임을 묻는 게 청와대의 주장대로 상식이라고 치자. 그렇다고 기능직도 신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가.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들을 쓰겠다는 것은 이해는 할 수 있다. 대기발령이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무리 적법한 조치라도 최소한의 상식과 인정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지금은 국책연구원장 일괄 사표로 논란이 일고 있는 때다. 이런 시점에 기능직 직원들까지 ‘코드’를 맞춰 교체하려는 것은 ‘인정머리 없는 청와대’라는 비난 등 부작용만 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청와대의 해명처럼 방만한 조직이 문제였다면, 60여명을 대기발령하고 새로 20여명을 뽑는 것은 어색하다. 일단 남아도는 인원만 정리해놓고, 나중에 차근차근 교체했어도 됐다. 청소원 아주머니의 눈물은 정권교체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입맛이 영 개운치 않다.
염영남 정치부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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