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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나홀로 즐기는 예술은 참 근사한 핑계거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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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나홀로 즐기는 예술은 참 근사한 핑계거리죠

입력
2008.05.0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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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결코 제게 위안이 되어주진 못했습니다. 삶의 의미라든가, 실존의 고뇌 같은 것에 대해 숙고를 할 때면 예술은 결코 어떤 해답도 해주지 못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예술 덕분에 순간 순간 크나큰 기쁨을 느낄 수 있어왔죠.” 우디 앨런, <뉴요커의 페이소스> 중에서

우연히 아침 방송에서 조영남씨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행복이란 게 없어요. 그런 걸 매달아놓고 바라보니까 불행해지는 거예요. 사랑도 없어요. 그저 옆에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사랑이에요. 별게 없어요. 재미나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광수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행복하려면 아랫배에 힘을 꽉 쥐고 살아야 한다고. 꼬리를 물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도 생각났다. 추기경이지만 성령의 은사 같은 기적을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다고.

소위 아티스트로 불리면서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한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도 벌고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이다. 그리고, 달라진 모습 뒤에는 굉장한 노력이 있었을 거라며 은근 치켜 세우기도 한다. 그럴 때는 무척 머쓱해진다. 사실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 낄낄거리며 빈 종이를 그림으로 채운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칭 예술가, 아티스트라고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움찔거리게 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예술이 얼마나 그럴듯한 핑계인지 알기 때문이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자주 쓰는 핑계는 ‘바쁘니까’다. 바쁘니까 못 만나고, 바쁘니까 가지 못하고, 바빠서 챙기지 못한다. 하지만, 바쁘다를 입에 달고 다니다 보면 너만 바쁘냐 소리를 듣거나 조용히 왕따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접어 놓는다고 여겨질 만큼 예술가들에게는 관대하다. 저 사람은 우리랑 다르니까, 특이한 사람이니까 내버려둬야지 뭐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준다. ‘저는 아티스트입니다’라고 말하면 앞으로 저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더라도 꾹 참고 받아주셔야 됩니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 같아 창피스럽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 감독인 우디 앨런은 웬만하면 맨해튼을 떠나지 않으면서 일년에 한 편씩 꼬박꼬박 영화를 만든다. 어떻게 그렇게 부지런히 만드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질병과 죽음에 대한 걱정 때문에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술이란 그저 아랫배에 힘을 꽉 주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예술이기에 멋진 게 아니다. 마치 맥주를 홀짝거리듯 나 혼자 즐기는 근사한 방법이기 때문에 멋지다.

장석원ㆍ비정규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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