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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처음 맞는 탈북 소녀 지연이 "서울서 롤러코스터 탈 생각하니 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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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처음 맞는 탈북 소녀 지연이 "서울서 롤러코스터 탈 생각하니 떨려요"

입력
2008.05.0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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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앞둔 사흘 앞둔 지난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2동 거원초등학교 운동장. 이 학교 2,000여명 학생이 모두 나서 청군ㆍ백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 굴렁쇠 굴리기 등 운동회에 열중하고 있었다.

운동자 한켠에서 벌어진 굴렁쇠 굴리기 경기에 나선 5학년 김지연(12ㆍ가명)양은 겉보기에는 해맑은 웃음이 또래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연이는 2년전 고향인 함경남도 청진을 떠나 엄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지난해 5월말 입국한 새터민이다.

지연이는 평생 처음 맞는 어린이날이 무척 기다려진다. 생업에 바빠 평소에는 얼굴 보기도 힘든 엄마(40)와 놀이공원에 가기 때문이다. “바이킹과 롤러코스터를 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떨려요. 북한 소년단 창립일(6월6일)은 재미가 없어요. 학교도 가야하고, 선물도 없고 운동회가 좀 열릴 뿐 평소와 다름 없어요. 그래서 어린이날이 너무 기대돼요.”

그러나 순간 지연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북한에 두고 온 남동생 태훈(8ㆍ가명)이 생각 때문이다. 지연이는 엄마, 언니(17)와 함께 탈북했지만, 아버지와 태훈이는 두고 와야 했다. “훈이랑 소꿉놀이도 하고 모래장난도 하고 놀았는데, 배불리 못 먹은 거만 빼면 그때가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새터민 정책연구학교인 거원초교에는 지연이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이 19명 있는데, 지연이는 가장 잘 적응하고 있다. TV를 보며 연습한 덕분에 영락없는 서울 억양을 구사한다.

같은 반 친구들도 3월에 한 반이 된 지영이가 시골에서 전학 온 줄 알고 있다. 같은 반 친구 강은혁(11ㆍ가명)군은 “친구들을 잘 챙기고, 수업시간에도 당당하게 발표하는 멋진 친구”라고 말했다.

거원초교 장신수 교장은 “새터민 학생은 차별 가능성 때문에 북에서 왔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한다”며 “학교도 공개하지는 않지만, 일부 남학생들은 북한 억양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고 말했다.

탈북 과정 2년 동안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지연이는 1년 어린 친구들과 공부하고 있다. 또 북한에 비해 영어 등 외래어가 많은 탓에 한국에서 공부하기가 버겁지만, 열심히 공부해 성적은 상위권이다. 지연이는 “처음에는 국어ㆍ사회 교과서에도 외래어가 많아 단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컸지만, 이제 많이 적응됐다”고 말했다.

지연이 담임 교사는 “영어는 아직 못하지만, 수학은 단연 최고이며 방과 후에는 학교가 마련한 별도의 영어회화 과목을 듣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래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지연이의 꿈은 뮤지컬 배우다. 때문에 학과 공부 틈틈이 ‘교육뮤지컬’이란 수업도 듣는다. “배우는 뭐든지 다 해볼 수 있잖아요. 특히 뮤지컬 배우는 노래도 부르면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 꼭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북한을 소재로 한 ‘크로싱’이란 영화에 출연한 것도 지연이가 적극적으로 희망했기 때문이다.

한편, 거원초교는 새터민 학생의 빠른 사회적응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새터민 학생 19명 모두를 일대일로 교사와 결연을 맺어 기본 학습지도 및 고민상담을 하고 있다.

이 학교 심미숙 교사는 “학제와 학력차이에 따른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탈북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한의 고유 문화와 자기 존중감을 심어주는 심리과목, 기초학습 적응 프로그램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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