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미국 최대ㆍ최고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행사장엔 30대의 신참 아트 딜러들이 바글거렸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일부 천막엔 봉쇄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했다.
국제 미술계의 마당발인 언론인 월터 로빈슨조차 "도대체 이 사람들이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어"라고 한탄했고, 주요 인사들은 구경을 포기한 채 넌덜머리를 내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부대 행사로 열린 토론회에서 평론가 데이비드 히키가 "작금의 거품 현상은 탐욕적인 작가들과 멍청한 콜렉터들 때문"이라고 빈정대자, 예술후원자 리키 클리프튼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인생이 하나의 거품인걸."
수년간 지속된 국제 현대 미술 시장의 호황은 끝났다. 인생이든 거품이든, 만물엔 끝이 있는 법. 이미 작년 여름, 미술 경기는 고점을 지난 것이 분명해 뵀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투자자들은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중국현대미술은 투기의 대상에 불과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지난 3월 말, 거물급 화상 윌리엄 아쿠아벨라는 중국현대미술의 주요작품으로 구성된 '에스텔라 컬렉션' 통째로 소더비의 경매에 내놨다.
중국현대미술에 연루된 대형 투자자들은 시장에서의 가격선 붕괴를 두려워한 나머지 경매에서 작품들을 고가에 낙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승자는, 컬렉션을 구매한 지 8개월 만에 판매하는 뻔뻔함을 보여준 아쿠아벨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지난 4월에 열린 쾰른아트페어의 풍경은 더 명시적이었다. 23개국의 180여 개 화랑이 참가했지만, 구매자의 인파는 사라지고 없었다. 주최 측은 관객이 7만 명에 달했다고 보도자료를 돌렸지만, 부스를 꾸렸던 화상 가운데 하나인 케니 쉐흐터는 아트넷에 기고한 "아트딜러의 일기"라는 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오프닝 날, 전시장은 휑했다. …거의 일주일씩이나 문을 여는 긴 아트페어지만, 우린 단 한 작품도 팔지 못했다…'아트페어 이 곳 저 곳을 떠다니며 장사를 하던 미친 시절'을 생각하자, 감상적 노스탤지어가 몰려왔다…아무도 찾지 않는 전시장에 우두커니 앉아있자니, 마치 박물관 유리관에 놓인 유물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는 총감독이 지난 1월 사표를 던졌을 때 예상된 결과였다.
이제 사람들의 눈은 6월초에 열리는 최강의 아트페어 '아트 바젤'에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신임 총감독이 개인적 사유를 핑계로 사표를 내고 '위기의 사업'에서 발을 뺐기 때문.
한 달 뒤면 개막하는 행사에 수장이 없으니, 위기감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투자자들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아트 바젤'을 이끈 샘 켈러가 총감독 자리에 다시 올라야한다고 떠들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독배를 받아들 이유가 없어 뵌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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