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일 청와대 정례회동을 가졌으나, 관심을 모았던 친박(親朴) 인사들의 복당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총선 이후 당이 줄곧 복당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논의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조찬을 겸해 1시간40분간 진행된 회동에선 광우병 논란, 어린이 유괴 및 초등학생 성폭력 등 주로 민생현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정치 분야는 강 대표가 전당대회 등 향후 당내 일정을 보고한 것이 전부였다.
복당 문제 논의여부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일절 없었다. 지난번 회동에서도 당이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었다”며 “20분간의 독대에서도 현안에 대한 추가 논의만 있었고 따로 얘기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조윤선 당 대변인도 “정무적인 부분의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 복당 문제에 올인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이 대통령과 강 대표가 과소평가하고 있거나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복당 문제는 현재와 같이 ‘좀 더 논의해보자’는 어정쩡한 상태를 이어가며, 새 지도부 구성 이전까지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다. “의외다”는 실망부터 “이 대통령이 정치를 포기하는 것이냐”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반응이 많다.
박 전 대표측은 내심 이 대통령이 복당 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걸로 기대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의도된 ‘침묵’을 접하고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인사들은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이 대통령이 아예 묵살하는 것은 동반자 관계에 대한 파기를 만천하에 공언한 것 아니냐”면서 “적어도 동반자라면 회동이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해야지, 이렇게 대해서야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를 계속 벼랑으로 몰면 결국은 선택지가 좁아진다”면서 “당 밖의 세력까지 규합하면 70, 80석은 충분히 된다”고 분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박 전 대표가 침묵하고 있지만 곧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잇따랐다.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이 저렇게 나오면 박 전 대표가 적당히 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지만 전당대회 출마도 고려할 수도 있으며 만약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화 기자 사진=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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