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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진공기술에서 배우는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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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진공기술에서 배우는 경영

입력
2008.05.0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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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태극 문양을 넣은 특수우주복을 입고 무중력 상태인 우주선 안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특수 훈련을 받은 우주인들만이 우주여행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일반인들도 쉽게 비행기 여행하듯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꿈꾸어 본다.

우주공간은 진공상태라서 우주복 없이 잠시도 생존할 수 없다. 지구를 둘러싼 대기층은 태양의 직사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지만 보호층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햇빛이 닿는 면은 120 ℃까지 올라가고 닿지 않는 면은 영하 120 ℃까지 내려간다. 지상에서 대기는 우리 몸을 1기압의 압력으로 압박한다. 그에 맞서 우리 몸도 그만큼의 압력을 밖으로 가하고 있다.

그런데 진공 중에서는 산소가 없을 뿐 아니라 대기가 가하는 압력이 없어지고 몸 안에서 밖으로 가하는 압력만 남게 되기 때문에 생물은 풍선처럼 붓게 된다. 1950년대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수행한 실험에 의하면 침팬지와 개는 진공 중에서 약 60초밖에 생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복등 우주에서 사용하는 모든 부품은 지상에서 ‘우주환경 모의장치’라는 거대한 진공장치로 철저한 시험평가를 거친다. 1960,70년대 미국과 구 소련이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진공기술은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의약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소재, 광학기기, 표면연구, 나노과학 등 거의 모든 산업과 첨단 과학기술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기술이 되었다.

필자는 25년간 진공기술을 연구했다. 이 연구를 위해서는 먼저 대기와 대기를 구성하는 기체들의 성질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기체들을 연구하면서 무생물인 기체분자들이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들처럼 생각될 때가 많았으며 조직원의 특성과 기관의 운영에 관해 몇 가지 성찰을 하게 되었다.

기체 분자들은 각자 특성대로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고 빠르게 돌아다닌다. 그 속도는 0에서부터 빛의 속도까지 분포되어 있는데, 실온에서의 평균속도는 초속 450m로 음속의 1.3배 정도나 된다. 기체 분자들을 용기 밖으로 배출하는 진공펌프는 내부의 기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력을 가하지 못한다. 펌프 입구에서 제 발로 찾아 들어오는 입자들을 용기 속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게 할 뿐이다.

개인들도 기체처럼 제각기 고유한 특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과 부족한 사람, 평범한 사람들이 적절히 분포되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나갈 때 강제로 끌고 나가기보다 주변의 조건과 인센티브 시스템을 적절히 갖추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체분자들이 음속보다 빠르게 우리 몸과 계속 충돌하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는 것은 기체들이 사방팔방으로 방향성이 전혀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분만이라도 정렬되어 움직이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게 된다. 2003년 1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마저 무너뜨린 태풍 매미의 풍속은 겨우 초속 50 m 정도였다. 기체분자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한 정도는 10 %에 불과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목적 없이 각자 열심히 뛰기만 한다면 조직의 열만 올라가고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지만 능력의 1%만이라도 일정 목표를 향해 방향을 정렬시킬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명확하고 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전 구성원이 함께 달릴 수 있는 조직, 일사불란하게 같은 목표를 향해 한 마음을 품는 조직이 가지는 힘은 태풍보다도 강하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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