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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혼란/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과정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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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혼란/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과정 문제점

입력
2008.05.0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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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시행되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을 안고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들여와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즉각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미국 측도 즉시 수출을 중지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 소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다. 소비자들의 판단이 전부인 것이다.

◆기존입장이 돌연 바뀌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보다 강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던 정부가 돌연 이번 협상에서 입장을 바꾼 점이 가장 큰 의혹이다. 국민건강을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위원장은 “이번 협상 결과 종전에는 광우병위험물질(SRM)로 수입이 금지됐던 부위들이 제한없이 들어올 수 있게 돼 우리 국민들의 광우병 노출 확률이 높아졌다”며 “현행 수입위생조건보다 검역조치가 엄격해져야 광우병 위험을 다소 줄일 수 있지만, 우리 정부는 오히려 검역 조건도 완화해 줬다”고 지적했다.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대폭 완화된 이유에 대해 “미국 측의 요구를 거부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그럴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해놓고 시간에 쫓긴 나머지, 광우병 소가 우리 식탁에 무방비로 오를 수 있다는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식탁 안전망 장치 전무

본보가 김우남(통합민주당ㆍ북제주을)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1월 4일 농림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한 이 자료에서 정부는 당초 광우병 소가 식탁에 오를 가능성만큼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이 같은 방침이 최종 타결된 협상내용에서는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큰 걱정은 광우병 소의 위험을 알고도 상당기간 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통제와 관련 등급이 하향조정돼야 우리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금수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합의했는데, 문제는 OIE의 판정까지 소요되는 최소 4,5개월 동안 미국산 쇠고기의 SRM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30개월 미만 소에 대해서는 SRM을 당초 7개에서 2개 부위로 대폭 축소한 것도 문제다. 일본에서 자국 소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 생후 20~30개월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해 ‘30개월 미만은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미국측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단계별 개방방침도 관철 못해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 강화와 연계해 30개월 연령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단계별 수입 개방 방침을 세워놓고도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 같은 방침은 김우남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우리 정부는 당초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 조치를 발효하는 시점에 30개월 연령 제한을 풀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미국측과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이 또한 미 연방정부가 강화된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를 관보에 게재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연령의 쇠고기를 풀어주기로 대폭 후퇴했다. 관보 게재 후 수입이 발효되기 전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달라던 요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미국 축산농가들이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계속 먹이는 기간에도 우리 소비자들은 위험한 쇠고기를 계속 먹어야 하는 것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송영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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