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는데, 요새 핵심뉴스인 미국 쇠고기 얘기가 나왔다. 손님에게 말을 거는 걸 기사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일 차 안에서 일하는 게 답답해서 손님이 듣거나 말거나 혼잣말하듯 하는 게 버릇이 배어서 그런 것인지, 말이 많은 기사분들이 계신데, 그 노인 기사도 그런가보았다.
“소고기를 안 먹으면 되지 뭐가 문제여. 한우는 비싸니까 안 먹고, 미국소는 광우병 무서우니까 안 먹고, 싹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니요?” 나는 택시기사와 말하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나도 모르게 “호주산은요?”라고 물었다. “호주산도 있어요?” “수입량이 꽤 되는 모양이던 데요.” “허, 그렇다면 이 난리판에 호주산만 신나게 팔리겠구먼! 근데 호주산은 광우병 같은 거 걱정 안해도 되나?” 내가 묻고 싶은 소리였다. 미국 쇠고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면이 하나 있다.
사진 세례를 받으며 미국 협상단 대표와 악수를 나누는 한국 대표의 활짝 웃음. 한국 대표들이 얼마나 협상을 바보처럼 하고 왔는지 속속들이 드러났다. 팔아먹고 온 게 아니라 그냥 주고 온 모양이다. 어차피 부자들은 좀 비싸더라도 한우를 고집할 것이다. 가난한 이들이 문제다. 매우 싸지만, 위험천만한 고기가 오려 하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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