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이민자에게 가장 관대한 나라로 꼽히던 아일랜드의 이민사회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기침체의 여파가 10년 가까이 고성장을 거듭해온 아일랜드에까지 밀어닥치자 일자리를 잃은 이민자들이 본국이나 유럽 내 다른 나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이민자들을 보는 아일랜드 국민의 눈초리도 예전 같지 않다.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일랜드의 폴란드계 이민자들의 집단 거주지역인 자글로바는 8개월전만해도 일자리와 숙박시설을 찾으려는 이민자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대부분이 노동자로 일하는 폴란드계 이민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고향으로 돌아갔거나 2012년 올림픽을 개최해 건설특수가 기대되는 영국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한 때 호황을 누렸던 허름한 술집에는 돌아갈 비행기 여비를 빌리려는 사람들만이 눈에 띌 뿐이다. 2월에는 더블린에서 폴란드계 이민자 2명이 인종주의자로 보이는 괴한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루마니아 출신들로 구성돼 더블린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축구팀 트란실바니아 클럽은 작년에는 루마니아 출신 선수가 22명이었으나 지금은 13명으로 줄었다.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남은 선수들도 언제 직장에서 밀려날지, 또 점점 나빠지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자신한테 닥쳐올지를 걱정하고 있다.
‘셀틱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1990년대 말부터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해온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