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자산이 270억원에 달하는 여성 재력가 박모(67)씨가 필리핀 지방도시에서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3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110km 떨어진 바탕가스주에서 머리에 두 군데 총상을 입고 숨진 박씨의 죽음에 대해, '이상한 점이 있다'는 박씨 남동생의 진정서를 접수 받아 수사에 나섰다고 1일 밝혔다.
박씨 남동생은 지난달 10일 제출한 진정서에서 "조카 딸과 함께 출국한 뒤 피살된 누나의 행적에 이상한 점이 많다"며 철저한 수사를 부탁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3월30일 딸인 서모(40)씨와 함께 휴양 및 투자이민을 위한 영어수업을 받기 위해 한달 일정으로 필리핀 마닐라에 입국했다. 사건 당일(4월3일) 박씨는 서씨와 함께 쇼핑하고 오후 6시께 마닐라의 S호텔에서 헤어졌는데, 2시간30분만에 110k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단순 피살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전문 청부 살해범이 박씨를 납치한 뒤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일간 스타지는 수사를 담당한 마닐라 4A지역 크리스토퍼 렉사 경찰서장을 인용, "숨진 박씨의 가방에서 5만1,700페소(약 135만원)가 남아 있었다"며 "범인이 거액의 현금에 손도 대지 않은 점이나 피해자의 당일 행적 등을 감안할 경우 청부 살인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서초경찰서는 박씨 남동생의 진정에 따라, 박씨의 주변 인물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한편, 필리핀에 동행한 딸 서씨의 통신 내역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서씨가 현지에서 박씨의 시신을 화장하고 간단한 장례식까지 마쳤으며, 또다른 가족이 사건 다음날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8일 서씨와 함께 귀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산 문제로 가족간 다툼이 있었으며, 당초 남동생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던 박씨의 유언장이 출국 직전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의 주변인물을 불러 사건당일 행적 등에 대해 조사했지만, (혐의가)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전쟁때 월남해 서울서 노점을 운영해 번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27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모았으며, 최근 해외투자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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