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7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한국인 최초로 '꿈의 무대' 결승 그라운드를 밟는다.
박지성은 30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맹활약, 1-0 승리에 공헌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전반 14분 폴 스콜스가 터트린 중거리포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승리하며 1승1무로 준결승을 통과, 오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대회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은 '산소 탱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숨 돌릴 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상대를 압박, 승리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
UEFA의 집계에 따르면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총 1만1,962m를 뛰어 맨유 선수 중 가장 왕성한 움직임을 보였다. 리오넬 메시, 티에리 앙리 등 매치업을 이룬 상대 주공격수들을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줬고 수비진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 들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특히 전반전 두 차례의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지만 간발의 차로 골과 연결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21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측면에서 내준 패스를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전반 41분에는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상대 문전으로 예리하게 휘감기는 그림 같은 크로스를 날렸지만 루이스 나니의 헤딩슛이 골문을 외면해 어시스트 기회를 놓쳤다.
박지성의 효율성에 대해 곧잘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영국 언론들도 경이적인 활동량으로 팀 승리에 공헌한 박지성의 플레이에 극찬을 쏟아냈다.
평소 박지성의 플레이에 야박한 평가를 하던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상식을 뛰어넘는 체력을 선보였다'는 촌평과 함께 팀 내 최고 평점인 9점을 부여했고, 스포츠전문케이블 '스카이스포츠'는 선제골을 작렬한 폴 스콜스(9)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8점의 평점을 주며 박지성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데일리 메일'도 팀 내 최고인 평점 7점으로 박지성의 공헌도를 인정했다.
관심은 박지성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 왕중왕'을 가리는 무대에 설 수 있을 지에 쏠린다. 이란의 골잡이 알리 다에이가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활약하던 98~9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지만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박지성의 상승세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고려할 때 박지성이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경기장 그라운드를 밟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박지성은 맨유 TV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 모스크바에서 뛸 날이 정말 기대된다"며 '꿈의 무대' 정상 등극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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