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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러 '훌리건 난투?' 모스크바가 떨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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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러 '훌리건 난투?' 모스크바가 떨고있다

입력
2008.05.0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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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영국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대결로 확정되면서 영국과 러시아가 초긴장 상태다.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두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나폴레옹 이후 처음으로 모스크바를 향한 행군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실감할 것”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모스크바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의 축구 팬은 5만명 내외. 결승전 진출이 확정된 직후 모스크바행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하기 위한 양팀 팬의 문의로 여행사들이 벌써 마비상태에 빠졌다. 표를 못 구한 팬들은 러시아 인접 라트비아로 날아가 1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갈 작정이다. 비용은 한 사람 당 3,000파운드(약 600백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관람권 가격 역시 치솟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관람권은 암시장에서 1,500~6,000파운드에 거래되고 있다.

교통편과 관람권을 어렵게 구해도 숙소가 문제다. 경기 당일 묵을 수 있는 모스크바 인근 호텔은 거의 동난 상태다. 경기가 한밤중에 시작할 예정이어서 경기 후 잘 곳 없는 양팀 팬 수만명이 술 취한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러시아의 훌리건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인디펜던트는 “우리는 첼시의 훌리건 ‘헤드헌터’ 등 영국 축구광에 대한 책과 필름을 보아왔는데 이번에는 그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는 모스크바 축구 팬의 말을 소개했다. 두 나라의 응원단은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로 2008’ 준결승전에서 한 차례 충돌해 적지 않은 부상자를 냈다.

냉랭한 양국 관계도 변수다. 영국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비밀요원 출신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런던에서 한 러시아인이 건넨 방사능 물질에 중독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러시아인의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관람을 위한 영국인의 러시아 입국을 신속히 처리하는 문제를 영국의 러시아인 입국절차 완화와 연계하겠다”고 밝혀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복잡해지자 UEFA 내부에서는 “결승전을 영국에서 치르는 게 어떻겠느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응원단의 존 버틀러씨가 “영국 팀끼리 하는 결승전을 모스크바에서 개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말썽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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