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독립영화의 잔치인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1일 막을 올렸다. 9일까지 40개국에서 온 195편의 영화가 인디문화에 목마른 시네필과 만난다. 올해의 ‘얼굴’로 간택된 영화는 일본의 독립영화 <입맞춤(接吻)> . 작품을 연출한 만다 쿠니토시(万田邦敏ㆍ52) 감독을 전주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입맞춤(接吻)>
TV드라마 연출과 영화 평론 등을 하다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한 감독은 첫 장편 <언러브드(unloved)> (2001년)가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완성한 <입맞춤> 은 살인범에 끌리는 외톨이 여성을 다룬 영화. 멜로와 호러가 섞인 장르적 특성 속에 인간의 모순된 본질을 담은 작품이다. 입맞춤> 언러브드(unloved)>
짧게 자른 머리에 웃음을 보이지 않는 깐깐한 표정은 감독이라기보다는 비평가의 인상에 가까웠다. 정적인 화면 속에 인간 내면의 꿈틀거림을 새겨 넣는 그의 작품처럼, 만다 감독은 말을 아꼈고 무표정에 감춘 내밀한 깊이는 쉬 드러나지 않았다.
<입맞춤> 이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은. 입맞춤>
“의미 있는 영화제의 오프닝작으로 초청돼 영광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독립영화를 만들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자본이 모두 ‘히트’를 치기 위한 상업영화로 몰리고 있는 시대에 전주영화제처럼 큰 규모의 대안영화제가 지속돼 다행이다.”
전작이 상당히 문학적이라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면 <입맞춤> 은 영화적 요소(장르적 구성, 이미지 이용)가 강해졌다. 입맞춤>
“사실 <언러브드> 는 일반 관객과의 소통보다는 영화적 평가에 대한 욕심이 컸다. 시나리오에 연극적 요소도 많았고, 거기에 맞춘 연출을 하다보니 관객층이 한정된 측면이 있다. <입맞춤> 은 받아들이기 쉬운 영화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미’의 요소를 많이 첨가했다.” 입맞춤> 언러브드>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아’에 갇힌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같다. 자기세계에 함몰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이 빚어내는 ‘관계’의 긴장이 영화의 중심 뼈대다.
“나나, 시나리오를 함께 쓰는 아내나 자의식이 강한 인물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 영화의 기본이 되는 것은 재미인데, 그 재미를 담는 도구가 인물들 간의 ‘관계’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그 관계에 대응하는 인간의 ‘내면’이다. 그래서 그 두 가지를 함께 담으려 한다.
한국에 일본 영화 마니아가 늘고 있다. 그런데 <춤추는 대수사선> 같은 상업영화가 아니라 이누도 잇신, 아오야마 신지 등 작가주의 영화의 인기가 높다.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는 일본 인디영화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춤추는>
“일본 영화는 지극히 섬세한 어법으로 일상적이고 비정치적인 것을 얘기한다. 그런 감성이 한국 관객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 한국은 블록버스터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도 잘 갖춰져 있고, 작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영화제나 소규모 상영관도 많다. 그런 점이 일본 영화뿐 아니라 세계의 인디 영화들이 숨 쉴 수 있는 토대가 된 것 같다. 다양한 영화들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주=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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