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중작가회의(1~2일) 참석차 방한한 중국 소설가 팡팡(方方ㆍ53)씨는 현재 중국 문단에서 첫손에 꼽히는 저명 여류 작가다.
이번 회의에 온 중국 작가단 대표인 평론가 천쓰허씨는 “팡팡은 80년대 이래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리얼리즘 창작에 새 경지를 개척한 소설가”라고 소개했다. 중국문학 전문가 김택규씨도 “탄쉬에, 티에닝, 왕안이, 린바이 등과 더불어 중국 여류소설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 작가”라고 그녀를 설명했다.
국내에도 소개된 중편 ‘풍경’으로 전국우수중편소설상(1987-88년도)을 받는 등 문학상 다수를 수상했고, 1982년 데뷔 이래 60여 권의 작품집을 내며 활발히 활동 중인 팡팡씨는 현재 후베이성(湖北省) 작가협회 주석이기도 하다. 이달 중순엔 그녀의 중편 4편을 묶은 작품집 <행위예술> 이 비채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다. 1일 인천 인하대 행사장에서 팡팡씨를 만났다. 행위예술>
-리얼리즘, 특히 80년대 후반 유행한 신사실주의의 대표 작가로 자주 거론된다.
“물론 내 작품 중 몇몇은 신사실주의 계열에 속한다. 하지만 딱히 리얼리즘을 고수한 건 아니다. 일례로 이번에 한국에 소개될 책엔 모더니즘적 작품도 있다.”
-82년부터 작품활동을 했다. 80, 90년대, 2000년대를 거치며 중국문학은 어떻게 변해가나.
“70년대 문화대혁명 종결 이후 지금까지를 ‘신시기문학’ 시기라고 부른다. 초기엔 문화혁명기에 있었던 일을 핍진히 드러내는 ‘상흔문학’이 주종을 이뤘다.
80년대 이후부터는 정치적 주제를 떠나 인간 사회의 진실한 감정을 그려내는 ‘심근문학’이 주류라고 할 수 있다. 문화혁명기에 하역부로 4년간 일하는 고초도 겪었지만, 쉰이 넘은 지금은 강렬했던 감정이 사그라들고 담담한 기분으로 글을 쓴다. ”
-2000년대 들어, 특히 최근 2-3년새 위화, 모옌, 쑤퉁, 차오원쉬엔, 한샤오궁 등 중국 작가 작품이 대거 한국에 소개되고 있다. 중국문학의 현재를 균형있게 보여줄 작가들인가.
“글쎄. 지금 소개되는 작가들은 대부분 젊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작품보단 드라마ㆍ영화로 먼저 알려진 경우도 있다. 이들 외에도 소개할 만한 작가가 많다. 예를 들자면 린바이(林白), 왕안이(王安憶), 리루이(李銳), 쟝쯔단(蔣子丹), 천란(陳染), 츠쯔?(遲子建)…. ”
-한국 문학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엔 한국 문학 작품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한류 드라마 원작의 베스트셀러 소설도 있지만, 주로 젊은층의 향유물이다. 그런 점에서 양국 문학 교류가 절실하다. 2003년에도 방한해 한국 작품을 낭독하는 행사에 참여했는데, 작가들을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로의 문화와 문학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
곧 나올 작품집으로 화제를 옮겼다. 수록작 ‘과정’ ‘행위예술’ ‘잠복근무’는 형사를 중심 인물로 삼은 활달한 작품이고, ‘사무치는 사랑’은 연인과 사별한 두 남녀의 파국적 연애담이다. 팡팡씨는 형사 소재 작품은 80년대에, 다른 하나는 90년대에 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추리소설 기법 등을 차용한 세련된 기교와 흥미진진한 서사, 무엇보다 강력한 반전이 인상적인 중편들이다.
‘과정’ ‘잠복근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노력한 자들이 공을 얻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지적하며 개혁개방기 중국에 대한 풍자냐고 물었더니 작가는 “그렇다기보단 사회 보편적으로 내재된 모순을 끄집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개인적 질문을 몇가지 던졌다.
-어쩌다 작가가 됐나.
“문화혁명기 때인 10대 후반부터 시를 많이 썼다. 문화혁명이 끝나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려던 때 한 문예지 편집자를 알게 됐다. 그가 소설 쓰기를 권했고 자연스레 그 잡지에 작품 투고를 하며 작가로서 삶이 순조롭게 풀렸다. ”
-후베이성 작가협회 주석이다. 업무가 궁금하다.
“주석은 명예직이다. 실제 직무는 부주석이 담당한다. 하지만 주석으로서 문학 저변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기울인다. 여성독서회를 꾸리고 있고, 독서회 블로그에 작가 활동, 세계문학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올리고 있다. 이번 방한 땐 한국 문학, 특히 여성작가 정보를 수집해 블로그에 올리려고 한다. ”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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