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를 산업체 생산현장에서 보낸 주부 김모(34ㆍ여)씨는 ‘근로자의 날’이 와도 전혀 반갑지 않다. 그는 힘겨운 노동 때문에 조금 무겁다 싶은 장바구니조차 들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망쳤다. 김씨는 “직장 생활을 생각하면 보람과 대가 보다는 고장난 기계가 폐품처리되듯 내쳐지는 배신감만 떠올려진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1999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에서 일했다. 6년 동안 TV모니터를 옮기며 색상을 맞추는 작업을 한 그는 뼈마디가 아프고 팔조차 제대로 들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근골격계 질환, 소위 말하는 ‘골병’이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지만, 회사측은 ‘재해발생 공장’으로 찍힐 경우 대기업의 하청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김씨의 산재신청을 막고 갖은 회유와 압박으로 사직케 했다. 김씨는 회사를 그만 둔 뒤 노동단체의 도움으로 2004년 가까스로 산재인정을 받았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업무로 병을 얻고도 인정받기가 어려운 데다, “아프지도 않은데 회사에서 보상만 받고 놀고 있다”는 등 갖은 악성소문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산재 근로자 통계조차 없는 현실은 이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30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9만147명으로, 이 가운데 2,406명이 사망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승인을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산재처리를 하지 않기 위해 교통사고로 처리하거나 다른 곳에서 사망한 것으로 처리해 은폐한 것 까지 합친 실제 산재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노동계측 분석이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근로복지공단과 한국경영인총연합 사람들도 사석에서는 공식 수치보다 5~7배 정도 많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업무로 얻은 병이 특히 문제다.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다치는 사고 재해는 거의 100% 산재로 인정되는 반면 심혈관성 질환 등 업무상 얻은 질병이 산재로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다. 질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책임도 환자 본인에게 있다.
“병원에 누워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병이 일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게 노동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협소한 산재보험도 논란이다. 전체 산재의 78%가 50명 미만의 영세사업체에서 발생하는 데도 정작 산업재해보험은 노조가 있는 대형사업체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문제보다 산재 근로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놀고 먹는다’는 오해다.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부장은 “일부 경영자 단체에서 ‘회사서 보상해주니 일하지 않고 누워만 있으려 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며 “산재환자의 직장 복귀율이 30%도 안되는 현실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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