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왼손투수 이혜천(29)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5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는 바람에 뛰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한국시리즈 3경기에 '깜짝 등판'했지만 성적은 1과3분의1이닝 7실점으로 처참했다. 부상을 털고 명예회복을 다짐한 올시즌도 가시밭길이었다.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7경기에서 4이닝 5실점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좌절 속에 기회가 찾아온 건 지난달 말. 외국인 투수 게리 레스가 아내의 출산 때문에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 김경문 감독은 선발과 중간을 오갈 수 있는 '마당쇠' 이혜천에게 임시 선발의 '특명'을 내렸다.
시련이 길었던 이혜천은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대전 한화전)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4이닝 3실점으로 패배의 '교훈'을 얻은 이혜천은 두 번째 선발등판인 1일 잠실 KIA전서 나무랄 데 없는 호투로 감격의 승리를 따냈다. 이혜천은 이날 최고구속 149㎞의 빠른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적절히 버무리며 6이닝을 4피안타 1볼넷 1사구에 1실점으로 잘 막았다. 무려 1년7개월7일 만에 거머쥔 승리투수 타이틀이었다.
경기 후 이혜천은 "직구 위주의 투구에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어 던졌는데, 특히 직구 제구가 잘 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기회를 준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산은 이혜천의 역투에다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이혜천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종욱의 불방망이에 힘입어 5-1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1-6으로 뒤지다 경기 막판 7-6으로 뒤집어 극적인 승리를 낚았던 두산은 이틀 연속 역전승을 기록, '5월 대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올시즌 7번째 매진(3만명)을 기록하며 8개 구단 가운데 맨 먼저 총 관중 30만명을 넘어선 부산에서는 롯데가 3-3 동점이던 7회말 1사 만루에서 터진 이대호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LG를 8-5로 물리쳤다. 봉중근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롯데 손민한은 7이닝 9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시즌 4승 무패로 다승 3위로 올라섰다.
대구에서는 우리 히어로즈가 선발 마일영의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삼성을 2-0으로 제쳤고, 연장 11회의 접전을 펼친 대전에서는 SK가 한화를 6-4로 이겼다.
대전=이상준 기자 양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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