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관장 물갈이 '원칙'이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관장 물갈이 '원칙'이 없다

입력
2008.05.02 00:24
0 0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의 개혁을 명분으로 공공기관장, 공기업 사장, 국책연구기관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명확한 원칙과 기준 없이 사퇴 압박과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기가 남아 있는 공공기관장, 공기업 사장, 국책연구기관장에게 거의 예외 없이 사표를 강요하는 것을 두고 임기제 원칙을 훼손하고, 나아가 임기제와 임용절차를 규정한 법을 무시하는 반(反) 법치주의적 행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표를 제출한 공공기관장 중 이 대통령과 국정철학이 맞지 않는 사람을 교체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노무현 정부 때 논란이 됐던 코드인사와 다를 게 뭐냐는 불만이 공공부문에 팽배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월 초순 “참여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은 떠나라”고 포문을 열면서 시작된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사장의 사표 제출은 급기야 총리실 소속 국책연구기관장들에 대한 일괄사표 제출 요구로 이어졌다.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은 4월 22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19개 국책연구기관장에게 집단 사표를 요구, 이 중 18명이 최근 사표를 냈다.

이런 일괄 사표제출 요구는 법령이나 정관을 위배하지 않는 한 임기 중 기관장을 해임할 수 없도록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어긴 조치로 볼 수 있다. 임기제가 공공기관이 정부로부터 지나친 간섭을 받지 않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충실히 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제적인 사표제출 요구는 임기제의 골간을 뒤흔드는 행위라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은 한반도 대운하처럼 국가 주요 정책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일괄 사퇴 요구는 연구기관의 정권 예속화, 왜곡된 정책평가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출범 때도 있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거나 중요한 문제가 있는 몇몇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책연구기관장의 경우 아예 집단 사표를 받았고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사장에게는 공공연히 사표를 강요했다. 기관장 집단 사표는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정화계획’에 따라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 5,000명을 해직한 이후 처음이다.

사표를 선별 처리하는 과정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30일 “국책연구기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연구ㆍ전파하는 곳이어서 철학이 다르면 같이 갈 수 없다”며 “남은 임기, 기관 성격, 업무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대통령과의 코드 일치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장으로 관료 출신이 배제되고 교수나 기업인이 선호되는 경향도 따져볼 문제다. 교수나 기업인이 공익에 충실할 것이라는 점은 검증된 바 없기 때문이다.

경희대 김민전 교양학부 교수는 “정권코드에 맞춘 새로운 대못막기”라며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못만 박다가 시간이 다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호 기자 leeeunho@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