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지만 올림픽에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을 불과 100일 앞둔 30일. 태릉선수촌 이에리사 촌장의 입에서는 충격적인 말이 나왔다. 한국 태권도는 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의 실수와 임원의 오판으로 승패가 뒤집히는 등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촌장의 말이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태권도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중국 뤄양에서 막을 내린 제18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총 16개의 금메달 가운데 3개를 따내 종합 4위에 그쳤다. 주최국 중국(금 4)이 종합점수에서 앞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란(금 5)과 대만(금 3)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놓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태권도연맹 이대순 회장은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은 승부의 세계에서 금물이다”고 말했다.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국가대표는 실력만 놓고 보면 세계 최정상급. 종주국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꼭 우승하겠다는 투지도 넘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태권도가 세계 최강에서 아시아 4등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실력과 투지를 겸비한 선수들의 수준은 최고였지만 지원을 맡은 대한태권도협회의 지원은 최악이었다. 협회가 뽑은 여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국가대표 지도자 자격이 없어 태릉선수촌 입촌을 거부당했다. 협회가 차기 회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지방협회에 선심을 쓰느라 자격도 없는 지도자를 선정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대표팀 지도자들이 상대팀 전력 분석에 소홀한 것도 문제다. 이대순 회장은 “중국과 이란, 대만은 전임 지도자가 한국 등 상대선수의 전력을 낱낱이 분석했다”고 귀띔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우리만 상대 선수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른 채 경기에 나선다”고 고백했다. 중국과 이란 선수들이 정보전에서 앞선 덕분에 한국 선수를 이겼다는 이야기다.
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은 2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다. 한 태권도인은 “승패는 공정하게 가리고 이제는 올림픽을 위해 하나로 합칠 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김정길 전 태권도협회장의 엄포에도 기득권 세력은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더욱이 김정길 회장이 자진 사퇴한 마당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공정하게 치러질지는 미지수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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