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여느 때처럼 베이징(北京)의 하늘은 스모그로 뿌옇다. 아침에는 가시거리가 채 2~3㎞도 안됐다.
이날 '새집(鳥巢)'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올림픽 주경기장(國家體育場ㆍ궈자티위창) 주변에서는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08 베이징올림픽(8월8일 오후 8시 개막)의 흥을 돋우기 위한 100일 기념 마라톤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했다.
전날에는 올림픽 자원 봉사자 등이 만리장성을 오르는 등 제법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도 연출됐다. 주경기장을 관람하러 온 한 시민은 "웅장한 주경기장 모습을 보니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D-100을 맞는 베이징의 심사는 이날 날씨처럼 흐릿하다. 축제 분위기 대신 티베트 사태 등으로 생긴 수심이 잔뜩 껴있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지어온 37개 올림픽 경기장 중 주경기장을 제외한 36개 경기장이 완공되고 선수촌, 프레스센터 등 부대시설의 공사도 마무리됐다. 모든 단장을 마치고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면서 흥분할 시점이지만 올림픽의 활력은 어딘지 활기차 보이지
않는다.
100일을 목전에 두고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 등 난제와 복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날씨처럼 뿌옇던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 총회에 참석한 각국 체육회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기오염을 지적했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대기 상태를 봐서 일부 종목의 조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어서 중국은 심각하다. 중국은 올림픽 한달 전부터 실시할 차량 2부제, 인공강우 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자신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여기에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강해질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도 걱정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중국이 올림픽 유치 당시 약속했던 인권 개선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티베트 사태로 촉발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일부 국가 정상들의 개막식 불참 등 보이콧 분위기의 향배도 베이징 당국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한국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올림픽의 기대치를 낮춘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림픽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알려 대내외적으로 중화주의를 선포하려 했던 기대치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르는 쪽으로 방향으로 수정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외국인들의 입국 비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치안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인 듯 싶다.
물론 올림픽의 기운이 일찍 감돌고 있는 곳도 있다. 올림픽 특수를 누리려는 숙박, 관광업계가 대표적이다. 평소 하루 숙박비가 150위안(2만3,000원)하던 민박 집을 올림픽 기간 전후로 예약하려면 1,000위안(15만원)을 주어야 하고 400위안(6만원)
안팎인 4성급 호텔 방값은 2,000위안(30만원)이상을 내야 한다. 벌써부터 바가지 상혼이 걱정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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