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외국인 학교 전문 상담 학원은 하루 종일 분주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외국인 학교 입학 완화 방침의 구체적인 내용과 향후 전망을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학원측은 “자녀가 외국에 4년 정도 살아 올해는 입학 자격이 안된 학부모들이 내년 입학 여부를 문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수업료를 포함해 1년 학비가 보통 1,600만~2,000만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는데, 학비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자녀를 입학시키는 극성 학부모들의 문의가 특히 많았다”며 “내년 외국인 학교 입학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학교 입학자격 외국 거주 5년에서 3년’, ‘외국교육기관 내국인 학생 비율 10%에서 30%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외국 학교 문호 확대가 교육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교육계에서는 “조기유학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또 다른 형태의 귀족학교를 양산해 조기유학 및 사교육 열풍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학교는 영미계열 20개, 화교학교 19개 등 모두 47개교다. 재학생 수는 1만 여명에 이른다. 이들 학교 재학생 중 내국인 학생 비율은 25.8%(이중 국적자 포함)로 파악되고 있지만,교육관련 기관에서는 실제론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국인들에게 외국인 학교는 입학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 특목고 전문학원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들이 단속을 우려해 내국인 비율을 일부러 낮게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름이 꽤 알려진 영어학교의 경우 많게는 70~80%가 내국인”이라고 말했다.
외국교육기관도 아직 설립이 완료된 학교는 없지만 내년 9월 개교할 송도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외국 학교 문호 대폭 확대는 해외유학과 연수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해 국내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의 입학 문턱을 낮추면 더 많은 내국인에게 입학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설립을 유도해 불필요한 해외연수를 줄이고 경쟁을 통해 국내 교육 수준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과부는 일정요건만 구비하면 외국 교육기관은 물론 국내 단체도 외국인 학교 설립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감에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외국인 학교가 결국 부유층을 위한 귀족학교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조 한만중 정책실장은 “외국인학교 1년 등록금이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데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입학을 완화해도 부유층을 위한 입시 중심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3년만 해외에 거주해도 입학이 가능하고, 졸업 후 국내 대학 입학도 허용됨에 따라 오히려 입학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해외 유학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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