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계좌에 잠시 넣어두는 고객예탁금이라고는 하지만, 무심코 지나칠 일은 아닌 것 같다. 최근 5년간 고객예탁금에서 무려 2조원이 훨씬 넘는 운용수익이 발생했는데, 이 운용수익 대부분은 증권사들이 챙기고 고객에게는 1%도 안 되는 이용료만 지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200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5년간 연평균 12조원 이상의 고객예탁금을 운용해 신탁보수(0.05%)를 제외한 운용수익 약 2조7,600억원을 증권사에 돌려줬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이중 일부만 고객에게 이용료 명목으로 지급했고, 나머지를 고스란히 주머니에 챙겼다.
증권금융은 국내 29개 증권사로부터 고객예탁금 운용을 신탁 받아 국공채와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양도성예금증권(CD),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주로 안전자산과 단기상품에 투자해 연 환산 기준 4~5% 수준의 운용수익을 내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예탁금 운용수익률이 3~4%대에 그쳤지만, 2006년 이후에는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서 4~5%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변함없이 1% 미만의 예탁금 이용료만 지급했다.
3월 결산법인인 국내 5대 상장 증권사(매출액 기준)들은 2006회계연도(2006.4~2007.3)말 기준 고객예탁금 잔액이 총 6조3,300억원이지만, 고객에게 지불한 이용료는 560억원에 불과했다. 고객입장에서 예탁금 평균 수익률은 0.88%에 불과한 셈이다. 최근 5년 동안 고객예탁금에서 발생한 2조7,600억원대 운용수익 중 5대 증권사의 평균 고객 수익률(0.88%)을 적용할 경우, 고객에게 돌아간 돈은 5,6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즉, 증권사들이 전체 예탁금 운용수익의 80%에 달하는 2조2,000억원을 챙겼다는 얘기다.
그나마 삼성, 대우, 현대, 대신, 우리 등 5대 증권사의 평균 예탁금 이용료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신영증권과 동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대체로 0.5~0.6% 수준에 그쳤다.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0.22%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소액 투자자들은 고액투자자에 비해 예탁금 이용료 면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증권업협회가 집계하는 증권사별 예탁금 이용료율을 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예탁금이 3억~5억원 이상인 투자자에게는 2% 이상의 이용료를 지급하지만, 3,000만원 이하 투자자에게는 0.25~0.50% 만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증권업협회 관계자는 “고객예탁금의 운용수익 상당부분은 보험료 등 계좌관리비용으로 빠져나간다”며 “사실 은행 예금에 비하면 이율이 훨씬 높은 편이고, 큰 돈을 맡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하는 건 기업으로서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돈으로 증권사 배만 불리고 싶지 않은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바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 예탁금 고객에게 CMA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고 있다”면서 “CMA를 통하면 고객예탁금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4~5%대의 이자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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