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 평화의 제전으로 불리는 올림픽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비슷한 기량을 가진 라이벌을 꺾지 않고서는 금메달의 영광을 누릴 수 없다. 종목별 ‘라이벌 열전’은 그래서 더 욱 관심을 끈다. 그 첫회의 주인공은 역도의 두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ㆍ고양시청)과 무솽솽(24ㆍ중국)이다.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자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여자역도의 ‘간판’ 장미란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무솽솽. 최근 몇 년간 지독스러울 정도로 장미란을 따라다닌 이름이다. 여자역도 최중량급(75㎏이상)은 이론의 여지없이 장미란과 무솽솽의 2파전이다. 2007년 국제역도연맹(IWF) 세계랭킹 공동 1위인 장미란과 무솽솽은 기록(합계 319㎏)에서 이미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 3위 올하 코로브카(23ㆍ우크라이나)의 기록은 합계 293㎏으로 둘에 크게 못 미친다.
라이벌 구도는 2005년부터
장미란과 무솽솽이 ‘양강 구도’를 이루기 시작한 건 지난 2005년 도하세계선수권대회부터다. 이 대회에서 둘은 합계 300㎏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체중이 덜 나가는 장미란이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2006년 산토도밍고선수권, 지난해 치앙마이선수권까지 장미란과 무솽솽은 같은 중량(각각 314㎏, 319㎏)을 들어올렸고, 그때마다 장미란이 체중 덕에 정상에 올랐다.
장미란이 무릎을 꿇은 건 단 한 차례.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불과 4㎏차로 무솽솽에게 금메달을 넘겨줬다. 통산전적 3승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장미란은 다시 한 번 라이벌을 울리며 4년 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을 날려버릴 태세다.
엿새 사이에 주고받은 비공인 세계신(新)
베이징올림픽은 100일 남았지만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무솽솽이 비공인 세계신기록으로 기선을 제압하자 장미란이 6일 후 용상 비공인 세계신기록으로 맞불을 놓았다.
장미란은 지난 24일 왕중왕 대회 용상 2차 시기에서 183㎏을 드는 데 성공해 올들어 처음으로 출전하는 대회에서 비공인 신기록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종전기록은 181㎏.
이에 앞서 무솽솽은 18일 중국국가대표선발전에서 종전기록보다 9㎏이나 무거운 합계 328㎏을 들어올렸다. 중국이 메달 독식 전략에 따라 최중량급을 포기하고 금메달이 확실시되는 종목에 집중하리라는 당초 예상은 이 기록 이후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장미란은 24일 대회 용상에서 좋은 기록을 내긴 했지만, 합계 318㎏으로 무솽솽과의 간접 비교에서 크게 뒤진 셈이다. 올림픽에서는 합계 중량만으로 순위를 가린다.
일단 장미란은 “비공인 대회에서는 좋은 기록이 많이 나오게 마련”이라며 무솽솽과의 기록차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박빙의 승부에서 연달아 승리를 챙긴 자신감 때문이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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