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창춘(長春) 동계 아시안 게임 당시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세리머니를 하자 중국 정부는 무척 흥분했다. 세리머니 직후 중국 공안(경찰)들은 베이징(北京)의 주중 대한체육회 사무실로 들이닥쳐 관계자 신분증을 조사하는 등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기까지 했다.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는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유독 한국 응원단과 선수단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중국측이 대표적으로 우려하는 대목은 한국 응원단의 거리응원, 관람 후 중국인 등 타국 응원단과의 충돌 가능성 등이다. 일사불란한 붉은 악마의 응원을 익히 잘 아는 중국 당국은 이들이 경기 전후 거리에서 응원을 펼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 응원이 중국 공안에 의해 자칫 집회나 시위로 오인될 가능성도 가정해야 한다. 중국은 또 탁구 등 한국과 중국이 팽팽히 대결할 경기를 관전한 후 한중 양측 응원단들이 감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주중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들의 세리머니 등은 교육을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한국 응원단과 관중들이 경기장 밖이나 숙소 주변에서 돌발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중국 당국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한국 응원단 및 관광객과 함께 반중단체 회원들이 입국해 반중 시위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파룬공(法輪功)과 티베트 관련 단체 회원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체제 특성상 이들의 참가가 자칫 올림픽의 정당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을 여러 차례 한국에 전달하면서 각별히 신경을 써줄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올림픽 기간 중 가장 잡음이 많이 생기는 부분은 구체적인 응원 규제가 될 성 싶다. 중국측은 붉은 악마들이 단체로 붉은 옷을 입거나 대형 태극기, 응원도구 등을 운동장으로 반입하는 것을 불허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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