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엔(UN)이 본격적인 대책반을 가동키로 했다. 식량농업기구(FAO) 주도로 6월 초에 열리는 식량 위기 대책 회의도 주요국 정상회담으로 격상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스위스 베른 만국우편연합(UPU) 사무국에서 27개 유엔 기구 총장들이 참석한 ‘유엔 시스템 조정 집행이사회(CEB)’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엔 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대책반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식량 위기가 유례 없는 도전으로 취약한 계층에 숱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대책반에는 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유엔 기구는 물론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대표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FAO가 6월 3~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하는 ‘식량 안전에 관한 고위급 회담’을 정상회담(식량 서미트)으로 격상시킨다며 각국 대표들의 참가를 요청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미 참가 의사를 표명했다.
유엔은 이 회담과 식량위기 대책반을 통해 바이오 연료, 지구온난화, 무역문제 등 식량 위기와 관련한 중장기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국제 식량가격 급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전세계 차원의 대책을 제시한 ‘지구 규모의 위기’ 보고서가 28일부터 스위스 베른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최고집행이사회에 제출됐다.
FAO, WFP,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은 합동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 식량 급등의 원인을 5가지로 꼽았다. 2005, 2006년 악천후에 따라 식량 생산이 감소한 것이 큰 요인이다.
현재 세계 곡물재고량은 30년 사이 최저 수준이다. 석유가격 급등으로 최근 2년 새 비료값이 3배 가까이 오르고 수송비는 2배로 증가한 것은 식량 가격 상승에 직격탄이다.
세계 곡물 생산량의 4.7%에 해당하는 1억톤의 곡물이 바이오연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감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의 급성장에 따라 식량 소비가 급증하면서 사료용 곡물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최근 일부 국가들의 수출제한 조치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곡물생산량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 같은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식량가격이 안정될 조짐은 없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장기 대책으로 빈곤 농가에 종자와 비료를 충분히 공급하고,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농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銀, 阿에 1억달러 지원
한편 세계은행은 이날 식품가격 앙등으로 곤경에 처한아프리카 국가들을 돕기 위해 1억달러 이상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이번에 지원되는 자금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수입을 위해 소요되는 추가 비용과 내년 곡물생산을 위한 종자구입에 사용된다. 자금은 가나(3,200만달러), 니제르(3,000만달러), 말리(1,500만달러), 부룬디(1,500만달러), 마다가스카르(1,000만달러), 부르키나 파소(500만달러) 등에 배분될 예정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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