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 자취를 감췄다가 90년대 후반부터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다시 유행해고 있는 말라리아가 최근 토착화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채종일 교수팀은 93년 '삼일열 말라리아' 감염 군인이 경기 북부 DMZ에서 처음 나온 이후 99~2000년 대략 4,000~4,200명의 신규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는 등 지난해 말까지 총 감염자수가 2만3,41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채 교수팀에 따르면 말라리아 유행 초기에는 환자가 경기 및 강원 북부지역 인근 DMZ에 근무하는 20~25세 사이의 군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민간인 감염자가 증가해 최근에는 군인과 민간인 환자가 대략 1대 1 비율로 나올 정도로 토착화하고 있다.
채 교수는 "말라리아 감염 모기는 DMZ 북쪽에서 남쪽으로(또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5~10㎞ 이상 이동하기가 어렵다"며 "말라리아에 감염된 민간인이 대부분 DMZ에서 남쪽으로 10㎞ 이상 떨어진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이미 남한지역에 재유행 말라리아가 거의 뿌리내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감염 모기가 날아와 남한의 병사를 물어 감염시켰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DMZ 남쪽 지역에 말라리아 모기가 서식하고 있다는 게 채 교수팀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재유행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중국얼룩날개모기가 매개로, 잠복기(1~13개월)를 거쳐 발병시 삼일 간격으로 고열과 오한이 반복돼 붙여진 이름이다. 아프리카 등 열대 지방에서 나타나는 '열대열 말라리아'에 비해 독성이 약해 감염자가 사망하는 일은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 교수는 "재유행 말라리아를 근절하려면 대규모 예방사업을 펴야 한다"며 "특히 현재 토착화가 의심되는 경기 북부와 서부 및 강원 서북부 지역에서는 북한과 협조해 남북한 공동 말라리아 관리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간되는 기생충학 국제학술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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