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귀열 지음/그리고 책 발행ㆍ368쪽ㆍ1만5,000원
‘정말’과 ‘증말’. 앞의 것이 표준어지만 뒤의 발음으로 말해야 서울내기 티가 난다. 어문규정을 따르는 것보다 경제ㆍ문화적 권력층의 말투를 흉내내는 것이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사회언어학적 명제는 영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은 전세계 수많은 영어 가운데 최고의 ‘권력어’인 뉴욕 영어 학습서다.
820만 인구의 뉴욕. 국제 금융과 상업, 미디어, 교육, 연예, 패션의 심장이자 유엔본부가 있는 세계 정치의 본부다. 100여 가지 인종과 언어가 뒤섞인 이곳의 특징과 멋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바로 뉴욕식 영어. EBS 어학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저자는 이 뉴욕 영어를 매개로 30년 간 뉴욕에 거주하며 체험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온 세상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니만큼 뉴욕의 영어는 세계 영어(Global English)의 가능성과 시사점을 던져 준다. 기교 없이 직설적인 의미와 발음, 화려하고 발랄한 액센트, ‘r’ 발음의 생략과 첨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초점은 언어학적 측면보다 뉴욕 영어의 생생한 모습과 그것에 배어 있는 문화에 맞춰져 있다.
예컨대 ‘totally’는 ‘완전히, 전적으로’의 뜻으로 해석되지만, 뉴욕에서는 단순히 ‘yes’의 뜻으로도 쓰인다. ‘바위, 진동하다, 동요시키다’라는 뜻의 ‘rock’도 ‘멋지다, 대단하다’라는 의미로 흔히 사용된다. 교과서에 ‘etc.’ 또는 ‘and so forth’로 쓰여 있는 ‘등등’이라는 표현도 ‘whatever’(무엇이 됐든)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비만과 관련된 수많은 어휘, 평수가 아니라 침실 개수로 집의 넓이를 가늠하는 표현 등 뉴욕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어의 풍경도 포함돼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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