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하한가 한방으로 20만원 벽이 무너졌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대한해운은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25.23%)했다. 당시 주가(지난달 17일)는 16만5,000원. 실적 자체는 좋은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16만~18만원의 지루한 공방은 한달간 지속됐다.
18일 의미 있는 반등이 있었다. 고작 500원(+0.29%) 올랐지만, 이는 지난 주(21~25일) 내내 강력한 상승 추세를 지핀 불씨였다. 대한해운은 지난 주 거래소 상승률 4위(21.97%)에 오르며 20만원 고지도 재탈환했다. 명예회복의 주간이었던 셈. 한달 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교롭게도 대한해운의 하락과 상승을 이끈 주역은 같다. 벌크선운임지수(BDI)와 중국이다. 벌크선은 선박에서 곡물 석탄 철광석 등 포장하지 않고 흩어진 채로 막 쌓은 화물(건화물)을 나르는 배다. BDI는 벌크선을 운용하는 해운사의 경기를 가늠케 하는 선행지표로 쓰인다.
대한해운 주가는 BDI의 움직임과 흡사하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3월 대한해운의 하락세는 BDI가 8,560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반등을 꾀한 BDI는 9,000포인트를 넘어 24일엔 9,182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3.6% 상승으로 연중 최고치다.
고무적인 건 BDI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거다. 호주와 브라질 항만의 정체가 다시 이어지고 있고, 올해 선박 발주가 작년 대비 절반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BDI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2위의 벌크 전문 선박사인 대한해운(약 177척 운용)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도 두 가지 측면에서 호의적이다. 대한해운이 2006년 하반기 건화물 업황이 호황기에 진입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선박을 대량 확보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BDI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3, 4분기에 이미 올해 수익의 60% 이상을 고정해 놓은 점이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해운업은 보통 ‘중국 관련종목’으로 분류되는 만큼, 대한해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급격한 경제 성장 덕에 막대한 양의 석탄과 곡물을 실어와야 하는 중국은 벌크선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끝 모를 추락으로 반토막(고점 대비)이 났던 중국 증시는 지난 주 증권거래세율 인하 등으로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의 급등은 조선 해운 등 중국 관련종목엔 호재”라고 설명했다. 그 중심엔 대한해운도 있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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