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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의 첫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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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의 첫 여름

입력
2008.04.2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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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뮤어 지음ㆍ김원중 이영현 옮김/사이언스 북스 발행ㆍ279쪽ㆍ1만3,000원

“아무리 지쳐 있더라도 산에서 하루를 보내며 축복을 받은 사람이 도중에 기운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장수를 누릴 운명이건, 파란만장한 삶을 살 운명이건 간에 그 사람은 영원한 부자이다.”(1869년 6월24일)

존 뮤어(1838~1914). 스코틀랜드 이민자 출신으로 위스콘신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목공소 기계공으로 일하다 쇠줄에 눈을 다친 사고를 당하고 자연에 귀의했다. <나의 첫 여름> 은 그가 31세이던 1869년 여름 2,050마리의 양떼를 몰고 캘리포니아를 관통하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기슭에서 보낸 3개월간의 일상을 기록한 산중일기다. 이 일대는 뮤어의 노력으로 1890년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이 에세이는 왜 뮤어가 이 운동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뮤어의 따스한 눈길은 300개가 넘는 호수와 계곡, 1,400여종의 식물, 74종의 포유류, 230여종의 조류 등 자연과 생명체 하나하나 무심히 지나가지 않는다. 계곡 사이를 지나가는 도마뱀을 관찰하며 “싹처럼 돋아있는 부드러운 발은 전혀 쓰지 않고 뱀 특유의 우아함으로 부드럽게 그리고 은밀하다 싶을 정도로 미끄러지듯 기어다녔다”고 적고, 물어뜯고 싸우기를 좋아하는 개미를 바라보며 “온 세상이 평화와 사랑에 의해 지배되기까지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록한다.

뮤어가 여름을 보냈던 1869년 당시 이 일대는 골드러시의 여파로 곳곳이 훼손돼 있었는데, 뮤어는 먼저 살았던 인디언의 생활방식과 비교하며 백인들의 개발주의에 일침을 놓는다.

“살포시 걸으며 새나 다람쥐보다 풍경을 해치는 일이 없고, 나무와 껍질로 지은 인디언의 오두막은 숲쥐의 집보다 더 오래가지 못한다”며 자연에 대한 인디언의 태도를 상찬하는 반면, 백인들에 대해서는 “단단한 바위를 폭파해 길을 내고, 제멋대로 흐르던 시냇물에 둑을 쌓고 물길을 돌리고 금이 있는 골짜기나 평지는 모조리 벗겨내고 체질한다”고 탄식한다.

뮤어는 <월든> 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샌드 카운티의 사계> 의 앨도 레오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생태주의 문학의 선구자. 300여편의 논문과 기고문 10여권의 저서를 남겼으나, 국내에는 그의 에세이 모음집만 나왔을 뿐 저서가 완역된 것은 처음이다. 캘리포니아주는 그의 정신을 기려 2004년 4월21일을 ‘존 뮤어 기념일’로 선포했다. 원제 ‘My first summer in the Sierra’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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