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정말 고객께서 상환할 수 있는 돈의 전부인가요?”
“그렇다면 고객께서는 매일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하십니까?”
인도의 수도 뉴델리 외곽에 자리한 한 사무실 풍경이다. 수십명의 인도 젊은이들이 미국에 전화를 걸어 고객의 상대에게 빚을 갚을 것을 정중히 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시간당 수만명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자동화 기기를 갖추고 인도인을 고용, 미국 채무자에게 독촉 전화를 걸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카드대금과 대출금 등을 제 때 갚지 못한 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미국에서는 인도인으로부터 빚 독촉전화를 받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채권추심 업체들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영어 구사능력이 있는 인도인에 채무상환 업무를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인도인들이 전화를 통해 보험과 신용카드 가입을 권유하거나 정보통신 업체의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지난해에는 교사 자격증이 있는 인도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미국 중고생을 가르치는 과외 업체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인도인이 미국인을 상대로 채권추심 업무를 맡은 것은 미국의 경기침체 이후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채권추심 업체 앙코르 캐피털 그룹은 300명이 넘는 인력 중 절반 가량을 인도에서 고용했다. 이 회사의 브랜드 블랙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에서 고용한 직원들은 매우 점잖고 상대를 존중하며 절대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다”며 “채무자들도 이들의 예의바른 태도에 반응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채무자를 직접 찾아가 윽박지르며 돈을 받아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채권추심 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전화를 통해 보다 손쉽게 업무를 처리하는 셈이다.
채권추심 업계 측은 현재 미국에서 인도 필리핀 루마니아 등이 채권추심을 아웃소싱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나 향후 사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에 아웃소싱할 경우 비용 면에서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인도인들의 업무 성과도 미국 업체보다 뛰어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련한 1억3,000만명에 대한 세금환급도 조만간 실시될 예정이어서 업계의 기대가 높다.
인도 내에서도 채권추심 업무가 ‘고수입 업종’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앙코르 캐피털 그룹이 인도인 고용자에 지급하는 월 기본급이 425달러로, 인도인의 월 평균소득인 63달러에 비하면 7배 이상 높다. 얼마나 빚을 받아내느냐에 따라 1,000달러가 넘는 성과급까지 받을 수 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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