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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위험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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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위험 감수

입력
2008.04.2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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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농가 피해 대책 및 식품안전 논란이 번진 지난주 일본에서도 미국 쇠고기 소동이 벌어졌다. 최대의 ‘규동’(쇠고기덮밥) 연쇄점인 요시노야(吉野家)에 쇠고기를 대는 식육공장의 미국 쇠고기에서 ‘특정 위험부위’인 등뼈가 발견됐다.

광우병(BSE) 병원체인 프레온이 머물기 쉬운 특정부위를 섭취하면 ‘인간 광우병’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감염 가능성이 크다. 함께 수입된 쇠고기가 전혀 시중에 흘러나가지 않은 게 확인돼 일본 소비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 2006년 7월 수입 재개 이래 특정부위가 섞인 미국 쇠고기가 일본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적잖은 충격이 번질 듯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언론의 우려는 문제의 고기가 유통단계에서 발견되기까지 미국의 출하검사와 일본의 수입검사를 통과했을 가능성, 즉 검사체계의 허점에 집중됐다.

이 또한 출하ㆍ수입ㆍ유통 등 3단계 가운데 둘째 단계인 수입업자의 품질검사 과정에서 이미 표시와 내용물의 불일치가 확인됐고, 즉각 당국에 통보됐다는 정부 발표와 함께 잦아들었다. 적어도 일본 안에서는 엄격한 검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내 논란에서는 이런 믿음이 깨어진 원인과 그 재건 방안이 빠져 있다. 가령 뼛조각이 섞인 것은 미국 책임이지만, 그런 쇠고기가 유통되지 않으리라는 믿음만 선다면 불안에 떨 이유가 없다. 뿌리깊은 불신을 제거할 결의와 노력 없이 애써 과학으로 포장해 안전성 논란을 벌여봐야 상투적 이데올로기 다툼일 뿐이다.

국민건강 문제인 만큼 눈곱만큼이라도 소홀할 수 없다는 주장이 무성하지만, 과학에도 존재하지 않는 100%의 안전성을 보장할 길은 없다. 거꾸로 확고한 관리를 자신하지만 국내산 식품의 안전조차 의심스러운 게 현실이다.

■ 애초에 식품안전은 엄밀한 과학적 논란의 대상은 아니다. 모든 생물이 개체 밖의 물질을 섭취하는 과정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 그런데도 생명 유지의 절박한 필요에서 위험을 감수해 온 것이 생물의 역사다. 인간의 식품 섭취도 필요를 잣대로 적절한 위험 감수 수준을 결정하는 선택과 다름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또한 값싸게 쇠고기를 즐기려는 사회적 욕구가 발현된 결과다. 극히 낮은 확률의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잠재적 각오까지 수반된 욕구다. 그것을 막을지 말지가 아니라 감수해야 할 위험을 최소한으로 낮추려 애쓰는 게 낫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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