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시리아 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시리아 핵'

입력
2008.04.29 02:25
0 0

미국이 24일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 의혹을 공식 확인, 파문을 일으켰다. CIA 국장이 지난해 이스라엘이 폭격한 시리아의 알 키바르 원자로 건설을 북한이 지원한 증거를 의회에 제시한 것에 때 맞춰 백악관이 직접 “북한의 핵 확산 혐의가 굳어졌다”고 선언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ㆍ미 실무협상이 24일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도 별 볼일 없어진 듯했다. 그러나 정작 백악관과 국무부는 “6자 회담에는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자못 헷갈린다.

■ 그런대로 의문을 풀려면 북한 핵과 6자회담에 앞서 ‘시리아 핵’에 초점을 맞춰 살필 필요가 있다. 시리아의 핵개발 의혹은 지난해 9월6일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 북부 사막의 군사시설을 은밀하게 폭격하면서 불거졌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나 이스라엘은 폭격 사실 자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시리아도 침묵을 지키는 바람에 갖가지 설이 난무했고, 심지어 이스라엘이 실제 폭격은 하지 않고 장거리 공습 능력을 과시했을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시리아가 아니라 이란을 겁주기 위한 행동이라는 풀이였다.

■ 그러나 이내 ‘시리아 핵’의 실체가 드러났다. 알 키바르 시설은 높이가 낮아 원자로 용도인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대체로 옛 소련과 북한의 흑연 감속로 시설로 본다. 다만 건설 단계이고 핵 물질 즉, 핵 연료를 장착하지 않아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시리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할 의무는 없는 상태였다.

특히 재처리 시설이 없어 핵개발 용으로 단정할 수 없다. 대공 방어체제를 갖추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IAEA 등의 국제사찰을 통해 알 키바르의 실체가 확인되기 전에 미리 폭격, 논란의 여지를 아예 없앤 것으로 추정됐다.

■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적대관계이지만 최근 비밀 평화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발을 감행한 것은 가장 강력한 적대국 이란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이어 굳게 입을 다문 것은 은밀히 추진하던 핵 시설을 잃은 시리아의 상처에 다시 소금을 뿌리지 않으려는 배려다.

시리아가 아무 말 없이 참은 것이나, 중동 질서를 지배하는 미국이 지금껏 모른 체 한 것은 모두 복잡한 전략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풀이다. 미국이 스스로 ‘적색선’으로 설정한 북한의 핵 확산 의혹을 확인하면서도 태연한 표정을 짓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헤아릴 만하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