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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한우마을 가봤더니 "美쇠고기 겁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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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한우마을 가봤더니 "美쇠고기 겁 안나"

입력
2008.04.29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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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낮 12시 강원 평창군 대화면 시가지 한우 가격파괴점 ‘평창 한우마을 본점 정육플라자’. 점심시간에 맞춰 쇠고기를 먹거나 사려는 고객들로 입구부터 인산인해다. 플라자 앞 주차장은 전국에서 몰려온 차들이 꽉 들어찼다. 정육코너에서 일하는 전정자(38ㆍ대화면)씨는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목소리가 다 쉬었다”면서도 연신 싱글벙글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손모(36ㆍ회사원)씨는 “두 명이 1.5㎏ 정도 먹고 각자 식구들 먹을 것도 샀다”며 “고속도로 통행료와 기름값 일부는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친구 5명과 함께 온 김모(53ㆍ주부)씨는 “고기 맛도 좋고 가격도 다른 곳보다 30~40% 정도 싸서 좋다”고 말했다. 이들도 등심, 국거리, 사골 등을 한 보따리씩 사갔다.

미국산 쇠고기 완전 개방 조치로 공황상태에 빠진 양축 농가들에게 평창 한우마을은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한다.

이 정육점 겸 식당을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 ‘평창한우’는 주민 10명이 1억원씩 출자해 출범했다. 이들 주민 ‘이사’ 10명 중 4명은 한우를 600두 이상 키우고 있고, 나머지 이사들은 한우 유통ㆍ판매 경험자들이다. 영농법인이 직접 운영하는 정육점 겸 식당 대표 김진훈(45)씨는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이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다 죽겠다는 생각에 양축 농가들과 함께 뜻을 모았다”며 “5월에는 진부면에 직영 2호점을 개장하고, 인터넷 쇼핑몰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미국 쇠고기의 파상적 공세에도 자신감을 나타내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 마진을 없애면 한우도 가격 경쟁력을 갖게 돼 소비량이 늘 것이라는 판단이다. ‘평창한우’가 산지 소값이 내릴 경우 바로 소비자 가격도 내리는 소값 연동 체제를 구축한 것도 한우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이들의 노력 중 하나다. 종전에는 산지 소값이 내려도 소비자 가격은 내리지 않아 소비 촉진이 어려웠는데,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양축 농가나 중간상 모두 큰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평창의 양축 농가들이 횡성우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돼 물류비, 매매수수료 등을 절감하게 된 것도 강점이다. 소비자 직거래와 박리다매로 생산자와 소비자, 판매자가 모두 윈윈 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김 대표는 “정부가 미국 쇠고기가 한우 고기로 둔갑해 팔리는 것만 철저히 막아 줘도 양축 농가들은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쇠고기 가격은 다른 곳보다 평균 30~40% 싸다. 마해룡(45) 홍보이사는 “매일 도축장의 등급판정서를 게시할 만큼 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평일에는 두 마리(1,500만원), 토ㆍ일요일에는 4~5마리(4,000만원)가 판매된다”며 “아롱사태 등 특수부위가 한 근(600g)에 3만원, 암소 국거리가 한 근에 1만5,000원 등심은 암소 한 근에 3만6,000원으로 다른 곳보다 30~40% 저렴하다”고 말했다.

‘평창한우’가 기대를 거는 것은 인터넷 판매. 영농조합 측은 앞으로 전체 판매량의 50% 정도가 인터넷을 통해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도 직원 3명이 전화 주문 접수 업무에만 매달리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농조합은 다음 달 13~19일 매장 앞에서 산나물축제, 농특산물판매전을 열 계획이다. 저렴하고 맛좋은 쇠고기를 맛보려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드는 이 기회를 모든 주민들이 함께 누리기 위해서다. ‘평창한우’가 30여명의 직원을 채용한 것도 지역 사회로서는 큰 고용 창출이다.

평창=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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