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질 좋은 쇠고기를 값싸게 먹게 한다고요? 돈 없는 서민들은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청와대 계신 분들은 최고급 한우를 드시니 걱정은 없겠네요.” “1억원 짜리 한우는 대통령과 대한민국 1%만 먹고, 나머지 99%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든 말든 알아서 하면 된다는 말입니까?”
서민들이 뿔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무위원들이 모인 재정전략회의에서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해 발언한 내용이 전해진 뒤, 청와대 홈페이지 등 온라인에서는 “5,000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이럴 수 있느냐”며 아우성이다.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정부 당국자들이 국민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에 눈과 귀를 막는 행태를 보여왔지만, 이제는 ‘부자들만 모여 있는 청와대’에 대한 배신감을 떨치기 어려워진 듯 하다.
“미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들어올 수 있는 건 다 개방하는 게 맞다. 그 다음은 소비자 몫”이라는 이 대통령의 말에는 시장논리는 있어도 국민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 없다는 반응들이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에 “맘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게다가 한우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다면서 일본 와규(和牛)를 사례로 들며 “우리도 얼마 안 있으면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데, 그러면 일본처럼 개방해도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려는 수요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잇단 쇠고기 수입 관련 발언에 대해 비싼 한우를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돼지 삼겹살로 만족해야 했던 서민과 네티즌들은 ‘기가 차다’는 반응들이다.
정부는 ‘국제적, 과학적 기준에 근거해 합리적 해결책을 찾는다’고 해놓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는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도 없도록 합의했다. ‘질 좋고 비싼 쇠고기’만 골라먹을 만큼 지갑 사정이 넉넉치 못한 서민들의 “광우병은 우리들 몫이냐”는 항변에 청와대가 내놓을 답이 궁금하다.
문향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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