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을 둘러싼 당ㆍ정 대립은 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라는 단서가 달렸다. 경기 상황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언제든 추경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추경 편성을 포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시간 부족’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해서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국가재정법이 추경 편성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 놓았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법 개정을 위한 입법 예고나 추경 사업을 위한 부처간 협의 등을 감안하면 1개월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판단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차피 한나라당이 쉽게 물러 서기 힘든 싸움”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때 추경 편성 요건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 개정에 나섰던 한나라당 입장에선 당장 법 개정에 동의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적절한 시점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당ㆍ정 불협화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총대를 맸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예산을 늘려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추경 편성), 있는 예산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그런 방식들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의 손을 들어줬다.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하반기에는 추경 편성 논란이 재개될 가능성이 짙다. 이 대변인도 “당분간 추경 편성 없이 예산 절감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재원으로 집행한 뒤 나중에 여건을 봐서 (추경 편성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올해 예산 절감분 2조원 가량을 경기 부양에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지만,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다시 추경 편성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7% 성장에 그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2분기 성장률이 더욱 둔화되는 것으로 나온다면 정부가 다시 추경 카드를 꺼내 들 것이 확실하다. 일각에선 일단 명분을 얻은 한나라당이 그 때가 되면 못이기는 척, 추경 편성에 동의를 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승부는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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