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 ‘물방울효과’가 예고되고 있다.
물방울 효과란 작은 물방울(소형증권사)이 큰 물방울(대형증권사)에 흡수되는 현상. M&A를 통한 지각변동을 비유한 말이다.
촉매제는 증권사들의 수수료인하경쟁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증권사들은 지금 수수료 파괴급류에 휘말려 들고 있다. 값싼 수수료를 견디지 못하는 증권사들은 작은 물방물의 처지가 되어 큰 물방울로 흡수될 운명이다. 1990년대 영국의 금융빅뱅도 그렇게 시작됐다.
키움증권은 다음달 6일부터 주식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를 최저 수준인 0.015%로 인하한다고 28일 밝혔다. 온라인업계의 경쟁사인 이트레이드증권도 이날 같은 수준(0.015%)의 인하 계획을 내놓았다. 앞서 하나대투증권(15일) 동양종합금융증권(17일) 한국투자증권(22일) 등 대형증권사의 도미노적 수수료 인하 대열에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생명 줄인 온라인증권사도 속속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좋아서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가격경쟁이 그렇듯, 중소형 및 후발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는 양상이다.
김봉수(사진) 키움증권 사장도 이날 수수료 인하와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해외에 나가 돈을 벌어와 한국을 먹여 살리는데 앞장서야 할 덩치 큰 회사들이 한정된 국내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가격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오프라인회사보다 수수료가 높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고객들의 항의에 할말이 없었다”며 인하 배경도 덧붙였다.
하나대투의 ‘(수수료인하) 선전포고’를 2주 가까이 관망하던 키움증권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까닭은 실제로 고객 이탈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대투는 수수료 인하 이후 7일만에 1,000억원의 투자금(신규계좌 1만개)을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다른 대형사까지 합세하는 형국이라, 키움으로선 자칫 온라인 브로커리지 시장의 강자(점유율 10%)라는 위상까지 흔들릴 수 있다.
현재까지는 5개사 뿐이지만, 다른 증권사들도 결국은 수수료 파괴경쟁에 합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하율은 당분간 0.015%가 마지노선일 가능성이 크다. 더 낮추면 제살깎기가 되기 때문이다. 키움은 이번 수수료인하로 “연간 300억원 가량의 수익 축소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스몰뱅’이 될지, ‘빅뱅’이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쨌든 이 경쟁의 끝은 지각변동으로 귀착될 것이다. 신규 증권사 신설 붐에 가뜩이나 중소형 증권사가 많은 상황이라 수수료 경쟁에서 뒤쳐지는 업체는 퇴출이나 흡수통합이 불가피하다. 키움의 김 사장도 “일본의 ‘물방울’ 효과가 우리 시장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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