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외국계 대형 할인마트 매장. K(47)씨가 상품을 가득 담은 쇼핑카트를 계산원이 없는 계산대 창구에 놓고 몸만 빠져 나왔다. 잠시 뒤 이 매장 계산대에서 13년간 계산 확인 업무를 맡아온 아내 H(46)씨가 동료들의 감시 소홀을 틈타 쇼핑카트를 슬쩍 계산대 밖으로 밀어냈다.
간혹 매장 내 보안요원이 남편 K씨를 제지하고 영수증 확인을 요청하면, H씨는 계산 확인 책임자인 자신의 직위를 이용, "이미 계산이 된 물품"이라고 속이는 방법으로 물품을 빼돌렸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8일 아내가 근무하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3년 동안 오리털 자켓, 등산바지, 전자제품 등 상품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K씨를 구속하고, K씨의 절도 행위를 도와준 아내 H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가 2005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 할인마트에서 18차례에 걸쳐 '부창부수' 수법으로 빼돌린 물품은 총 610개 품목 728점, 자그마치 2,300여만원어치에 달한다.
경찰은 할인마트 관계자로부터 한씨가 수상하다는 제보를 받고, 잠복 근무에 나서 같은 수법으로 물건을 훔치던 부부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죄 확인을 위해 강씨 부부의 집을 수색했더니 온 집안이 훔친 물건들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훔친 물건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수색 장면을 본 이웃 주민들이 '이사하시나 봐요'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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