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지 W 부시 정부가 북-시리아간 핵 협력 사실을 확신한다며 사진 등 관련'물증'을 미 의회와 언론에 공개한 것은 북 핵 신고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졌음을 의미한다.
여러 정황상 부시 정부의 행보가 북미간 협상을 포기하고 북 핵 6자회담을 대북 제재 국면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부시 정부는 오히려 물증 공개를 계기로 북한에 시리아와의 핵협력을 시인하도록 압박하고 미 의회에 대해선 과거 핵확산 혐의에도 불구, 북미간 협상을 계속할 필요가 있음을 설득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시리아간 핵 협력 진상 공개는 미 의회의 강한 요청에 따라 마지못해 이뤄진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부시 정부는 이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좇는 전화위복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임기말 부시 정부의 의도가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 민주당은 대체로 북미간 협상을 지지하고 있지만 의회 내 공화당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벌써부터 공화당 내에서는 "부시 정부가 무리한 대북 협상을 위해 의회를 들러리로 세우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집권세력 강온파간 갈등이 고조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는 문제 등이 부시 정부의 희망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의 강력한 요구 사항인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북미간 싱가포르 잠정합의도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측의 공개 사항을 간접적으로라도 인정할 수 있겠느냐 여부도 현재로선 단언키 어렵다. 미측이 의회 등에 설명한 정보 사항에는 북-시리아간 핵협력이 1997년부터 시작됐고 북한은 단지 '현금'을 위해 시리아에 핵 기술 등을 제공했다는 대목도 나오는데 북한이 이를 통째로 인정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많다.
북미간 싱가포르 합의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미리 북측에 통보됐을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고 봐야 한다.
부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과의 협상에 근본적인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북한이 핵확산 의혹에 대해 하려는 행동은 그저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뿐인데 그에 대한 검증도 지연시킨 채 과거 핵확산 활동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국제 비확산 체제 유지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측의 협상 방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나 납치문제 해결을 중시해온 일본 등이 북-시리아 핵 협력 확인을 계기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변수로 남아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