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옆자리에 앉은 여고생의 허벅지를 촬영한 교장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지난 해 말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교장 이모씨는 마을버스에서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여고생 박모씨의 허벅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를 눈치 챈 박씨가 휴대폰을 내놓으라며 항의하자 이씨는 찍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이씨는 박씨의 손을 밀치면서 얼굴을 때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마용주 판사는 2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에 대해 “증거상 의도적으로 촬영해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켰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마 판사는 “이씨는 자신의 얼굴을 찍다가 버스가 흔들려 박씨의 다리가 찍혔다고 하나, 이씨의 휴대폰에 박씨의 허벅다리 이하 부분을 찍은 사진이 있고, 이씨가 설명하는 것보다 박씨가 진술하는 촬영 경위, 자세가 설득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는 의도적으로 허벅다리 이하를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 판사는 “이씨는 박씨가 앉아 있을 때 자연스럽게 드러난 신체를 촬영한 것이지만, 박씨는 버스가 코너를 돌 때 이씨가 기대려고 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촬영사실을 알자 즉각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했다”고 판시했다.
마 판사는 “촬영은 영상이 남아있고 전파가 가능해 단순히 쳐다보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박씨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로 노출한 신체 부분이라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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