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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아동문학 절대강자 '해리포터'는 뭘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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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아동문학 절대강자 '해리포터'는 뭘 남겼나

입력
2008.04.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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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 출간된 이래 지난해 7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로 완결되기까지 10년간 국내외 아동ㆍ소년 문학지형을 뒤흔든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된다.

계간 창비어린이가 창간 5주년을 기념해 25일 '해리포터를 말한다' 를 주제로 마련하는 세미나에서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볼트모트라는 절대악의 설정이 시리즈 내내 지속되다가 결국 퇴치된다는 서사구조에 문제를 제기한다.

김씨는 "단계단계를 올라가며 차례차례 악을 물리치는 과정을 거쳐 주인공이 성장한다는 서양신화의 특징인 '성장신화'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며 "이는 현재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하면 된다'에 담긴 개발주의, 성장주의, 진보주의에 대한 성찰과 함께 과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어떤 이야기가 권장돼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한국형 판타지인 <고양이학교> 시리즈의 작가 김진경씨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파하는 서구 근대사회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비판한다.

그는 "이 시리즈에서 볼드모트는 노르만왕과 귀족, 마법부는 의회파, 해리포터와 지원자들은 청교도 평등파의 입장을 연상케하는 등 종족전쟁이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다"며 "독자들의 의식이 이에 매몰돼 있는 한, 근대적 국경을 뛰어넘는 동북아 신화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려는 우리 판타지 전개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아동청소년 평론가 박숙경씨는 해리포터의 문학성에 대한 잇단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독자가 작품 속에서 본격적으로 '노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씨는 "이 시리즈에서 마법학교 아이들은 기차를 타며 용돈을 털어 초콜릿을 사먹고 마법사카드를 사모으는 등 현실과 닮았으되 마법의 외장을 입혀놓은 것일 뿐"이라며 "판타지라해도 일상과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리얼리티는 더욱 강화되고 작품을 읽은 뒤에도 마음에 잔상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본격적으로 놀 수 있는 이야기"라며 "아이들의 요구를 읽으려는 노력을 등한시하고 이른바 '본격문학'의 그물로만 독자의 요구를 잡아내려고 하는 우리 작가들에게 이 시리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창비 관계자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출간되던 시기는 우리 아동문학의 중흥기와 겹치는 시기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지난 10년간 확산된 '해리포터 현상'을 통해 우리 아동청소년 문학이 자극받은 것이 뭔지 폭넓게 짚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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