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을 끌었던 삼성사태가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17일)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전면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22일) 등으로 일단락되는 것 같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와 고발단체들은 여전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 회장 일가가 삼성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특검은 출발부터 문제가 있었다. 특검은 원래 기존 법체계로 접근하기 힘든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제도이지, 기존 법체계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을 그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특검 대상이 되었던 경영권 승계문제는 대부분 사법부가 이미 판단했거나 판단 중에 있다.
따라서 특검 출범 당시부터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반헌법행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즉, ‘형벌 불소급, 일사부재리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3조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이번 특검이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 및 가진 자 처벌이라는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김 변호사와 고발단체들이 특검수사 결과 및 삼성쇄신안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실수사로 인해 이 회장을 불구속 수사했고 로비 부분이 무혐의 처리됐으며, 다른 하나는 삼성 경영권이 이재용으로 승계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 수사를 합하면 수사기간만 해도 134일이다. 부실수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또한 불구속 수사는 피의자의 인권 존중이라는 차원에서 타당한 조치다. 형법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위험이 있는 자를 제외하고는 구속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불구속 기소를 마치 단체의 설립 취지인 것으로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 건만은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정ㆍ재계 로비부분에 대한 무혐의 처리에 대해서도 고발자들은 불만이 높다. 하지만 고발자들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고, 진술도 오락가락했다고 한다. 증거를 찾은 사안 중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에 대한 무혐의 처리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경영권 승계문제는 제3자가 나서서 그 당위성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 기업 지배구조의 타당성과 정당성은 시장이 판단할 문제이지 제3자가 논할 문제가 아니다. 즉 그 역할은 주주들의 몫이지, 사법부나 특검, 시민단체, 사제단 등이 할 일이 아니다. 오너일가에 대한 완전 퇴진요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포기하자는 것과 다름 없다.
삼성 쇄신안에 대해 김용철, 사제단 등은 경영권 승계 부분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이 지향했던 바는 결국 기업의 불법행위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이건희 일가와 삼성그룹의 분리라는 이야기가 된다.
삼성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의 판단에 불만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은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특검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포퓰리즘화한 특검의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현행 특검은 어떤 것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정한 바가 없이 아무것이나 국회에서 정하면 할 수 있다.
특검 대상을 제한하거나 기준을 마련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준웅 특별검사의 언급은 타당하다고 본다. 이번 삼성 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에 법치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할 때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ㆍ 기업소송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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