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개혁 실험이 본격화 하고 있다. 세부 시행 계획이 불투명했던 기숙형 공립고와 마이스터고 설립이 내년에 문을 여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자율화 추진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자율화'란 대의 아래 무한 경쟁을 예고하는 가시적인 조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속도 붙는 교육 개혁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 규제 개혁 방안'은 규제의 빗장을 푸는 실질적인 조치들이 주로 담겼다. 교과부는 학교 자율화 및 대입 자율화에 따른 후속 조치로 비효율적인 규제성 법규 등을 정비하고 6월까지 관련 법령을 정비할 예정이다. 정보공시제 도입으로 각종 인가 및 보고 사항 등 행정 절차도 간소화된다.
학교장에 대한 리더십 교육과 공모제 확대 및 시행, 지역교육청의 지역교육 지원센터 전환 등도 교장이 학교 교육의 1차적이고 최종적 권한을 갖게 되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도 시동을 걸었다. 올해 안에 기숙형 공립고 88곳과 마이스터고 20곳을 지정하는데, 총 4,900억원이 투입된다. 대학에 대한 투자 및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방안도 제시됐다.
▲입학사정관제 지원 규모 확대(2007년 20억원→2008년 128억원) ▲성과주의에 따른 대학재정 지원 방식 개편 ▲수요자 중심의 대학정보공시제도 도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시교육청도 공교롭게 정부의 교육규제개혁안이 나온 이날 4ㆍ15 학교 자율화 조치 이후 전국 시ㆍ도교육청 중 처음으로 세부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외형적으로는 정부와 공동 보조를 맞춘 듯한 모습이다.
학업성취도 제고를 위해 수준별ㆍ과목별 이동 수업 확대라는 큰 틀은 유지했으나 초미의 관심사였던 '우열반 편성'은 불허했다. 이른바 '0교시 수업'도 학생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까지 운영은 지양'하겠다고 밝혀 사회적 논란 가능성을 차단했다. 학교 자율화 쟁점 중 사설 모의고사 참여만 유일하게 허용됐다.
'학교 학원화' 우려를 낳았던 영리기관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은 허용키로 했다. 특정 업체에 대한 포괄적 위탁은 금지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앞으로 학원도 공식적으로 공교육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맏형 격인 서울시교육청의 세부 대책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고심하고 있는 다른 시도교육청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현 가능성은 장담못해
새 정부는 교육 전 분야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이날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의 발표로 교육 단계별 자율화 정착을 위한 로드맵도 일단 구축됐다는 평이다. 그러나 추진 과제에 대한 법령 개정 및 행정적인 절차만 언급됐을 뿐, 급격한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과 반대 여론을 상쇄시키려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걸린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교육ㆍ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신 입시명문고'의 출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고, 영리기관의 방과후 학교 운영을 허용한 것도 소규모 사교육 업체 난립으로 되레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율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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