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5년 4월 즉위한 이후 처음으로 15일부터 6일간 미국을 방문한다. 교황은 16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하는데 교황의 백악관 방문은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회담한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두 번째다.
바티칸 교황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완고하고 차갑게 비쳐졌던 베네딕토 16세가 미국은 물론 세계인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악관 측은“개신교 신도인 부시 대통령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믿음의 중요성 등 공통 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며 중동평화를 비롯한 전세계 인권 및 자유의 신장 등도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하는 동안 미 메이저리그팀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인 내셔널스 파크와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에서 각각 대규모 군중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17일에는 워싱턴에서 미국 내 타종교 지도자와도 만난다. 18일에는 뉴욕으로 옮겨 유엔본부에서 연설하고 맨해튼의 파크 이스트 유대교 교회당에서 현지 유대교 성직자 및 신도들과 대화한다. 교황이 유대교 교회당을 방문하는 것은 가톨릭 역사상 이번이 세 번째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뉴욕 방문 기간에 9ㆍ11 테러의 현장인‘그라운드 제로’를 방문,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15일 교황을 맞기 위해 워싱턴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는 등 극진한 예우를 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 뿐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에까지 나갔던 경우는 이제까지 없었다.
16일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리는 교황 공식 환영식도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 중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환영식에는 모두 1만2,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 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방미 환영식 당시의 참석자 7,000명보다 5,000명이나 많은 것이다.
축포가 스물 한번 울려 퍼지는 환영식에서 교황은 육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부시 대통령과 나란히 연설한 뒤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한다. 부시 대통령은 16일 저녁 백악관에서 교황의 81회 생일을 축하하는 성대한 만찬을 주재하는데 교황은 이 시각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리는 미국내 주교들과의 기도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만찬에는 참석하지 못한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가톨릭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교황은 10억 가톨릭 인구를 대표하고 정치인이 아니라 종교 지도자이기 때문에 최고의 예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16일 이명박 대통령, 17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등 이번 한 주 동안 국빈들의 미국 방문이 이어진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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