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금이 경기 부양에 적절한 시점인지, 재정과 금리 등 거시 정책을 총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추경(추가 경정예산) 편성까지 필요한 상황인지….
이명박 정부의 경기 부양 ‘올인’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본지가 14일 실시한 경제 전문가 전화 설문에서도 경기 부양 타이밍을 둘러싼 견해는 팽팽했다. 단, 추경(추가 경정예산) 편성 등 지나친 확장적 경기 부양에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부양을 하더라도 물가 등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히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경기 부양 시점 적절한가
8명의 전문가 중 지금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때라고 응답한 이들이 4명,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전문가 3명으로 팽팽했다. 나머지 1명은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경기 부양 찬성론자는 2분기부터 우리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분기부터 우리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일자리 창출 둔화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어서 잠재성장률 회복 차원의 부양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를 예상한다면 추경 편성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경기 둔화 속도가 완만하고 물가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금 경기 둔화가 경기 부양이 필요할 정도로 그렇게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 물가 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 정책 조합은 어떻게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추경편성 통한 지출확대), 금리(한국은행 기준금리인하), 환율(원화약세=고환율 유지)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정책 조합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을까.
우선 모든 응답자들이 환율에 대해서는 무조건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는 공통적 견해를 보였다. 정책적 목적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리거나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리한 재정 확대나 금리 인하에 대해선 반대의견도 많았다. 신용상 실장은 “재정 지출은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정도로 접근해야 하며 지금은 오히려 감세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했고, 임경묵 위원도 “큰 폭의 재정 정책은 불필요하며 물가를 감안하면 금리 인하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 역시 “꼭 필요한 재정 지출이라해도 부작용을 우려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금리나 환율에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 경기, 물가, 국제수지 순으로 우선 순위를 둬야 하는 만큼 금리 인하나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폈다.
■ 세계잉여금 어떤 용도로
이 대통령이 세계잉여금(쓰고 남은 세금) 중 남은 돈 4조8,000억원을 내수진작을 위한 예산지출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추경 편성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는 상황. 하지만 단정적으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전문가는 주 원 실장 1명이었다.
대부분 감세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계잉여금은 내년 예산의 재원으로 이월하거나 국가 채무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곽태원 서강대 교수는 “감세나 채무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경기 부양에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고, 이근태 위원도 “감세 재원 등으로 활용해 민간 투자를 북돋워야지 재정 확대는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 설문 참여자 명단 (가나다 순)
곽태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 영 한양대 재정학 교수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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