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사태와 베이징 올림픽을 둘러싼 갈등이 우리사회의 당면한 고민거리가 됐다. 인권과 민족자결 원칙을 함께 치켜들거나 서구와 중국의 영향력 다툼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고 논란하는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저지 시위와 충돌을 빚은 올림픽 성화 행렬이 27일 서울에 온다. 이를 어떻게 맞고 보낼지 잘 살펴야 한다.
중국의 성화 봉송 제안을 진보단체 인사들은 거절했다고 한다. 인권 등 진보적 가치를 짓밟는 중국의 국가적 행사를 지원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서구 진보세력이 티베트 독립시위 탄압을 비난, 올림픽 보이콧을 논란하는 것과 통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북한 인권단체 등 보수세력이 성화 봉송 저지대회를 준비하고, 탈북자 단체가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예고는 어딘지 모순된 느낌이다. 진보와 보수가 모두 보편적 가치를 숭상한다고 여기면 편하겠지만, 이상적 가치와 현실의 국익을 놓고 줄곧 다투다 어떻게 쉽게 한 마음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하다.
티베트의 주권적 정체성과 독립요구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부터 엇갈리고, 유혈폭동인지 유혈진압인지도 분명치 않다. 그나마 서구사회는 진상을 논란하면서 올림픽 보이콧과 성화 봉송 저지의 명분과 국익을 심각하게 토론한다. 이에 비해 우리사회는 약소민족의 독립은 무조건 지지해야 옳고, 공산 독재정권의 인권 탄압은 진상을 살필 것도 없이 규탄해야 옳다고 여기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진보 쪽은 인권을 강조하다 냉전적 패권 다툼에 기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냉전시대 올림픽 보이콧이 평화 공존 등 진보적 가치에 역행한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보수 쪽은 서구 진보세력의 중국 비난 공세와 성화 저지가 거센 역풍을 몰고 와 국익 손상을 걱정하기에 이른 현실을 잘 살펴야 한다.
올림픽은 순수한 스포츠 잔치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동기가 작용하는 갈등에 물색없이 개입하는 것은 명분과 국익 어디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소동이 지나고 올림픽이 열릴 때를 내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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