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에 초등학생 의붓딸의 가슴을 만졌다면 성추행에 해당할까.
김모(43)씨는 1996년 결혼한 뒤 이듬해 신생아를 입양해 친딸처럼 키웠다. 2007년 3월 새벽에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김씨는 안방에서 아내, 딸(당시 10세)과 함께 잠을 자다옆에 있던 딸을 다리로 눌러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한 손으로 딸의 엉덩이를, 다른 한 손으로 가슴을 만졌다. 크게 놀란 딸은 울면서 깼고 아내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김씨는 딸을 성추행한 혐의와 2006년 6월 여자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기소됐다. 김씨는 “평소 잠잘 때 딸에게 팔베개를 해줬고, 사건 당일에도 불순한 의도 없이 예뻐서 엉덩이를 만졌을 뿐 가슴을 만지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모든 혐의를 인정, 김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상해 혐의만 인정하고 성추행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딸의 가슴을 만진 것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딸이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초등학생인 점 등을 볼 때 추행이라기 보다는 취중에 아버지로서 딸에게 다소 과하게 애정표시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1,2심 판단이 엇갈린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동은 단순한 애정표현의 한계를 넘어 딸의 의사에 반해 딸의 성적자유를 침해한 것인 만큼 추행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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